"희망퇴직 후 옮길 곳이 없어요""나는 비행낭인"… 예비 조종사·취준생도 '한숨'항공 조업사도 줄줄이 휴직
  • ▲ 항공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대한항공
    ▲ 항공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대한항공

    전례 없는 불황으로 항공업 종사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노(NO)재팬 운동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업계 전반에 찾아온 위기로 각 항공사는 직원에게 휴직과 퇴직을 권고했다. 전문직 비율이 높은 업종 특성상 퇴직 후 대체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직원들의 고민은 더 깊다.

    5일 현재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는 희망퇴직·무급 휴직제를 운영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중 전 직원이 10일간의 무급휴직을 갖기로 했다. 임원진과 조직장급은 급여 30~50%를 삭감하며, 한창수 사장은 전액 반납한다.

    아시아나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서울도 상황은 같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1개월 무급휴가와 임원 임금 반납을 결정했다.

    티웨이항공은 1개월의 무급 휴직제를 도입했다. 제주항공은 최대 4개월의 휴직제를 운영하고, 이 기간동안 급여의 70%만 지급한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전 직원의 2월 급여 60%를 삭감했고,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도 일부 직원 대상의 휴직을 도입했다. 대한항공은 이달 8일까지 근속 2년 이상의 승무원을 대상으로 1~3개월의 휴직 신청을 받는다. 대한항공 계열 LCC 진에어도 무급·순환휴직 제도를 지난 달 도입했다.

    항공업에 종사하는 A씨는 “회사가 어려워 희망퇴직을 받는다지만 항공 기술직으로 일하고 있어 퇴사해도 갈 곳이 없다”면서 “휴직을 하면 수입이 없어 걱정이고, 이직을 하자니 갈 곳이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업계 종사자를 가족으로 둔 B씨는 “남편이 이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복귀 후에도 삭감된 급여를 받게 될 것 같다고 들었다”면서 “당장 이달엔 수입이 없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 ▲ 항공기 조종사 ⓒ 연합뉴스
    ▲ 항공기 조종사 ⓒ 연합뉴스

    불황 여파는 취업 준비생과 예비 조종사에게도 영향을 줬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업계 전반은 올해 신입 승무원·현장직 채용을 잠정 보류했다.

    조종사 채용을 전제로 항공사 연계 교육을 받고 있는 ‘선선발 교육생’은 불안이 더 크다. 이들 사이에서는 억 단위 조종 면허를 취득하고도 일하지 못한다는 ‘비행 낭인’이라는 용어가 유행 중이다.

    항공 지상조업사도 상황은 다를 바 없다. 대한항공·아시아나·제주항공 계열 항공조업사는 무급휴직, 근무단축 등 본사에 준한 비상대책을 마련 중이다. 대구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일부 지역 공항은 일거리가 없어 하루 작업량이 0%에 그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계열 조업사 한국공항은 희망자에 한해 2주 이상 무급휴직을 신청받고 있다. 아시아나에어포트는 임원과 조직장이 급여 20~30%를 반납했고, 일반 직원은 한 달의 무급휴가를 가지기로 했다. 제주항공의 JAS는 일 9시간인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줄였고, 무급휴직을 검토 중이다.

    항공 조업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항공편 중 60~70%가 줄어 기존 인력의 절반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은 잔여 연차 소진권고,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지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