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발효유 '엔요' 빨대 부착 리뉴얼 후 점유율 상승"7월 엔요 빨대 제거" 입장에도 업계는 반신반의
  • ▲ 빨대를 부착한 매일유업 엔요ⓒ 매일유업
    ▲ 빨대를 부착한 매일유업 엔요ⓒ 매일유업
    “친환경이냐, 시장점유유율이냐”

    최근 매일유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매일유업이 제품에서 부착 빨대를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액상발효유 ‘엔요’를 두고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음료 제품에서 빨대가 부착된 경우는 두루 있어왔지만 매일유업의 ‘엔요’의 경우는 특별한 케이스다.

    액상발효유 중 유일하게 빨대를 부착했고 그로 인해 2년만에 시장 1위로 뛰어오른 제품이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이 매출과 친환경,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 ‘엔요’는 액상발효유 시장을 절반 가깝게 잠식하고 있는 매일유업의 대표적인 히트작 중 하나다. 

    물론 처음부터 ‘엔요’가 인기 제품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액상발효유 시장의 1위는 남양유업의 ‘이오(점유율 76%)’가 차지했다. 순위가 뒤집힌 결정적인 계기는 2017년 9월 ‘엔요’의 리뉴얼이었다. 당시 매일유업은 ‘엔요’의 용량을 늘리고 성분을 첨가했지만 가장 핵심은 액상발효유 최초로 부착된 전용 빨대였다. 
  • ▲ ⓒ뉴데일리 김소정 그래픽 디자이너
    ▲ ⓒ뉴데일리 김소정 그래픽 디자이너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평균 점유율 12%에 불과했던 ‘엔요’는 리뉴얼 이듬해인 2018년 시장점유율 27%로 두 배 이상 신장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점유율 53%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리뉴얼 2년만에 시장점유율을 4배 이상 키우며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문제는 ‘엔요’의 폭발적 성장의 배경이 됐던 부착 빨대의 존재다. 최근 플라스틱 저감 캠페인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가는 상황에서 유독 ‘엔요’는 이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매일유업이 상하농원 등을 운영하며 친환경 기업을 표방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요’의 흥행으로 자사 제품에도 빨대를 부착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친환경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지적 때문에 결국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유제품 기업을 표방해온 매일유업이 이 빨대를 포기하지 못했던 것도 결국 시장점유율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목을 끄는 것은 매일유업의 ‘엔요’가 최근 선택의 기로로 내몰렸다는 점이다. 최근 한 소비자가 매일유업 음료에 부착된 빨대만 모아 매일유업에 보내며 변화를 요구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당시 매일유업은 CCO가 자필로 이 고객에게 답장을 썼다. 

    매일유업은 “현재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용하기 편리한 구조의 포장재를 연구하고 있다”며 “포장재 개발과 함께 빨대 제공에 대한 합리적인 방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변화도 있었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일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엔요’에 부착 빨대를 제거해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엔요’는 이달 들어 다시 빨대가 부착된 기존 제품의 형태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엔요’의 빨대 제거 가능성을 반신반의 하는 중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형마트에서는 빨대 없는 ‘엔요’의 판매가 5%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빨대를 제거하는 것이 제품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라는 것을 인지하고 원상 복구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시장점유율의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 이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다. 환경부 역시 자율협약 등으로 식품업계와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이에 매일유업은 ‘엔요’의 빨대 제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지난달 빨대를 제거한 ‘엔요’의 판매는 소비자의 반응을 보기 위한 시범 판매로 내부적으로는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며 “지금은 빨대 부착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오는 7월부터 ‘엔요’의 빨대를 제거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