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간격 총 3회 7000만~1억원 중도금 납입 "자녀지분 태워 증여하는 투기방법 동원될 듯"
  • ▲ 마곡9단지 조감도. ⓒ SH
    ▲ 마곡9단지 조감도. ⓒ SH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마곡엠밸리9단지(마곡9단지)'에 대한 청약대기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2015년 이후 5년만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인 까닭이다.

    지하 2층~지상 16층·19개동·총 1529가구 규모인 마곡9단지는 △특별공급 710가구 △임대주택 567가구 △일반분양 252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중 특별공급분은 지난 10일 모집을 마감했다.

    16일 청약홈에 따르면 마곡9단지 특별공급 청약경쟁률은 평균 22.50대 1로, 710가구 모집에 1만4012명이 몰렸다. 오늘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서울거주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1순위 청약도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주변시세 대비 공급가격이 40%가량 저렴한데다 공공분양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진입장벽이 낮은 까닭이다. 반면, 투기세력에 대한 빗장은 허술해 편법·불법 증여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 ▲ 마곡9단지 조감도. ⓒ SH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마곡9단지 청약자격은 수도권에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세대 구성원으로 주택청약종합저축 월 납입횟수가 24회 이상이어야만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다만 민간분양과 달리 동일순위서 경쟁이 생기면 청약저축 납입인정 금액에 따라 우선 당첨되며, 서울지역 거주자에게 우선공급한 후 미달됐을 경우에만 인천·경기지역 거주자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전매제한기간은 10년이 적용됐다.

    문제는 마곡9단지가 공공택지법을 따른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달리 도시개발사업법이 적용된 아파트인 까닭에 억 단위 시세차익에도 불구하고 거주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마곡동 소재 S공인중개업소는 "마곡지구는 도시개발사업법에 따라 추진된 곳으로 과천제이드자이 5년 거주와 달리 의무거주기간이 없다"며 "제이드자이와 같이 10년간 전매제한에 묶이지만 직접 입주할 필요가 없어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중도금 3회를 연내 납부해야 하는 만큼 서민이 넘보기에는 '그림의 떡'이다.

    마곡9단지 공정률은 85% 정도로 입주예정일인 내년 2월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따라서 예비청약자들은 세 번에 나눠 내는 중도금을 연내 모두 납부해야 한다. 1·2차 납부기한일은 각각 7월17일·9월25일이며, 마지막 3차는 12월4일이다. 면적에 따라 두 달 간격으로 약 7000만~1억원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또한 투기과열지구에 공급되는 물량인 만큼 대출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최신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마곡9단지는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대출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분양이지만 공공이 아닌 현금 유동성을 가진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단정했다.

    이어 "로또아파트인 만큼 청약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당첨이 되도 문제"라며 "자금출처까지 조사하는 마당에 누구한테 빌릴 수도 없고 씁쓸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마곡9단지를 이용한 편법·불법 증여 가능성도 제기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로또아파트라는 기대감에 일단 넣고 보자고 덤빈 당첨자들 중 상당수가 자금여력이 안 돼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며 "현금동원력을 갖춘 자녀들이 상당부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특히 "일부 현금부자들 경우 자녀에게 주택지분을 넘겨준 뒤 전월세를 10년간 돌리는 식으로 수익을 발생시켜 증여하는 투기방법이 동원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곡9단지 평균 분양가는 3.3㎡당 2001만원으로, 전용별 가격은 △59㎡ 4억7695만~5억2515만원 △84㎡ 6억3273만~6억7950만원 정도다.

    이는 인근 '마곡엠밸리8단지' 보다 최대 50%가량 싼 가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마곡엠밸리8단지 전용 59㎡ 8층은 지난달 9일 9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다. 현재 해당면적 호가는 최고 9억8000만원이다.
     
    해당단지 전용 84㎡ 7층 역시 지난 2월4일 10억7500만원에 실거래돼 공급가 대비 42% 정도 저렴할 것으로 추산된다. 즉, 당첨만 됐다하면 앉은 자리서 최대 4억7000만원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