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25%→0.75% 인하…사상 첫 0%대"시장영향 미미…오히려 증여수단 악용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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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우한폐렴)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자 세계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기까지 사실상 '셧다운'됐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현금풀기에 나섰지만 사태가 수습될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16일 한국은행이 미국·유럽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p 내렸다. 0%대 기준금리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그만큼 국내외 경제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얘기다.

    부동산시장 또한 헌정사상 첫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법도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상황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내려간 지난달 16일부터 현재까지 17일간 매매거래된 전국 아파트는 총 1만1071건으로 금리인하 직전 17일간 거래됐던 2만9455건보다 62%나 주저앉았다.  

    이 기간 집값 변화도 크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일주일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11% 오르는데 그쳤다. 금리인하 직전 주 상승폭이 0.17%였던 점을 감안하면오히려 집값상승이 둔화된 셈이다.

    실제 부동산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가 시장에 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상승에는 금리뿐아니라 주택수요·부동산정책·경제흐름 등 다양한 원인이 맞물리는데 금리만 인하한다고 시장이 단번에 좋아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더욱이 9억원 주택매매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만큼 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견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론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여력이 늘어나거나 개선돼 부동산가격이 오른다고 볼 수 있지만 현실에선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고 일축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관건은 금리가 아닌 대출규제"라며 "주택거래에 있어 대출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내리던 그렇지 않던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금리인하를 증여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단 견해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금리인하로 시중 유동자금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면서 "문제는 다주택자들이 이를 악용해 자녀에 증여를 할 가능성이 높아 일시적으로 이에 따른 집값 조정양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