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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도 좀처럼 하락하지 않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코로나19(우한폐렴)'에 무릎 꿇었다. 거래가 끊긴 것은 물론 실거래가 하락 현상이 서울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3097건으로 지난달(8150건)의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주택매매 신고일이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하도록 돼 있어 조금 더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출규제와 보유세 부담 강화 등 초고강도 규제 정책으로 평가받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에도 ▲지난해 12월 9602건 ▲올해 1월 6480건 ▲2월 8150건 등 크게 줄지 않던 거래량이 지난달 들어 급감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주택 매수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급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실거래가 하락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책 이후 줄곧 강세를 보이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14억9000만원(8층)에 실거래됐다. 지난 1월 16억5000만원(14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두달새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도 지난달 7일 18억53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9억4000만원(5층)에 거래됐던 것에 비해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실거래가 하락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9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3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2% 내렸다. 지난해 6월 셋째주 조사에서 0.01% 내린 이후 41주 만이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 4구는 급매물이 늘면서 0.12% 떨어져 지난주(-0.10%)보다 낙폭을 키웠다. 특히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최근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를 멈추고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전문가들도 본격적으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며 본격적인 침체기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 세금 부담 등으로 집값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시장 조정 폭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대치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먼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