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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수입판매업과 저장용역(지허브)의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종속 및 관계사 지분투자로 재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향후 석유화학용 설비투자, 발전 및 터미널 등의 신규 사업 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자금 소요에 따른 재무 부담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
지난해 전년대비 세 배가량 순이익이 증가하는 등 실적 반등에 성공한 SK가스가 재무건전성은 소폭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어진 사업 및 수익 기반 다각화 추진 과정에서 외부 차입이 늘어나면서다. 앞으로도 신규 투자 확대가 예정된 만큼 당분간 재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7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SK가스의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145%로 전년 128%에 비해 17.9%p 악화됐다. 부채가 3000억원가량 늘어나면서다.
유동비율은 107%에서 109%로 1.86%p 개선됐다. 하지만 경쟁사인 E1에 비해서는 여전히 열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E1의 유동비율은 106%에서 128%로 21.8%p 높아졌다.
단기 유동성 리스크의 척도가 되는 단기차입금 비중도 E1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SK가스의 단기차입금 비중은 64.7%로 E1의 15.1%를 크게 웃돈다. 차입금 규모는 E1이 1조2529억원으로 오히려 SK가스(9217억원)에 비해 많다.
경쟁사 대비 열위한 재무안정성과 전년대비 악화된 건전성은 공격적인 투자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가스는 성장성 제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현금창출기반 강화를 위해 신규 사업 투자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울산 탱크터미널을 준공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APC사와의 합작을 통해 본업인 LPG와 사업연계성이 높은 PDH(프로필렌 제조)사업과 고성그린파워, 옛 당진에코파워 등 발전사업에도 투자했다. 총 18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PDH·PP사업에는 자회사를 통해 2023년까지 81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여기에 SK디앤디 지분 취득(725억원)과 연결 편입에 따른 차입 증가 효과, 옛 당진에코파워 지분 취득 및 증자 참여(2925억원)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한국석유공사의 자회사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에 대한 출자를 통해 석유·LNG 복합터미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약 6000억원 규모로, 올 상반기 착공해 2024년 준공 예정이며 SK가스의 예상 투자금액은 약 879억원(지분율 45.5%)이다.
옛 당진에코파워의 경우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석탄화력발전 축소 방침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에서 LNG·LPG 복합화력발전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8월 존속법인 울산GSP(LNG·LPG 복합화력발전), 신설법인 당진에코파워(태양광·ESS) 및 음성천연가스발전(LNG 복합화력발전) 등 3개 법인으로 분할됐으며 10월 주주사간 지분매매를 통해 SK가스는 울산GPS 지분 88%, 당진에코파워 55%를 보유하게 됐다.향후에도 경상적 CAPEX 외에 고성그린파워(석탄화력발전), 울산 가스복합발전(LNG·LPG 복합화력발전), 석유·LNG 복합터미널, 사우디아라비아 PDH·PP사업 관련 투자자금 소요가 계속될 예정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 최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2500억원 가운데 700억원을 이들 사업 투자에 투입됐다. 울산GSP 발전소 시설투자에 400억원을 집행했다. SK가스는 2024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1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코리아에너지터미널 투자자금으로 300억원이 예정됐다. 신규 투자자금 외에는 채무 상환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일정 수준의 이익창출은 유지되겠으나, 가격 헷지를 위한 파생상품계약과 관련, 기중 손익변동이 크게 발생하고 있어 분기별 실적변동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경영의 안정성 확보"라며 "이를 위해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의 분석과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기존 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재무건전성 등 중기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신규 사업의 추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SK가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서 한 발 물러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LPG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국제가격(CP)이 하락하고 있지만, 관련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 가격도 하락해 원가 부담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이익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로판 CP의 경우 1월 t당 565달러에서 3월 430달러로 낮게 제시됐지만, 국내 가격이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유지돼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중심의 차량·석유화학용 LPG 수요가 안정적인 데다 성장 동력으로 가스 기반의 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부정적 영향은 덜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