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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마저 폭락하며 해외건설 수주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수주 고갈은 물론 공사비 미지급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 마이너스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원유 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하는 것으로 수요가 아예 실종됐다는 의미다.
이에따라 중동 산유국의 프로젝트 발주 일정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유지해야 프로젝트 발주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인력수급과 건설기자재 공급망 악화 등으로 해외건설 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최근 유가 급락으로 발주처들이 채산성 우려에 발주를 연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해외 9개 국가에서 10개 사업장의 공사 발주가 연기됐다. 당초 지난달말 발주 예정이던 아랍에미리트(UAE) 하일&가샤 가스전 개발공사는 입찰이 취소됐다. 3월말 예정이던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공사도 이달로 지연됐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유가가 하락하면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 발주물량이 대폭 축소하고 이미 진행된 프로젝트마저 지연된다"며 "최악의 경우 현재 진행중인 공사비 회수마저 어려워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대부분이 중동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따라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 전망치도 기존 280억달러에서 220억달러로 하향 조정됐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외건설 발주지연이 우려되고 주력시장인 중동의 경우 유가 급락으로 인해 발주 상황이 부정적"이라며 "2분기 이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보수적 경영이 불가피하다"며 "오랜 건설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지속 발굴하고 수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