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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CT 기업들의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최근 '사재기' 등 음원 왜곡 가능성을 우려해 기존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 대신 24시간 집계 방식의 새 순위표 출시에 나섰다.
그러나 집계 시간만 늘어났을 뿐 근본적 왜곡 현상을 방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이자 국내 1위 음악 서비스 기업인 멜론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는 등 음악 순위 정보를 전면 개편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1시간 단위로 재생량을 집계해 순위를 매기는 현행 실시간 차트 대신 24시간 기준 집계 방식의 새 순위표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최근 24시간을 기준으로 한 곡당 1인이 1회 재생하는 횟수를 집계해 1시간마다 업데이트되는 방식이다.
멜론은 또 순위 숫자와 순위 등락 표기도 없애기로 한데 이어, 상위 100개 음악을 감상할 때는 '무작위(셔플) 재생'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번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 반복 재생돼 계속 머무르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SK텔레콤 음악 플랫폼 플로도 앞선 지난 3월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 폐지하고 '플로차트'를 론칭했다.
플로차트 역시 24시간 누적 차트를 매시 정각에 갱신하는 방식이다. AI 및 머신러닝 기술 적용해 짧은 시간 내 비정상적인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왜곡' 현상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지난 7일엔 개인화 범위를 확대한 '내 취향 MIX' 기능을 도입했다. '내 취향 MIX'는 해당 이용자의 재생 이력, 선호 등 이용자 취향을 기반으로 플레이리스트 재생 순서를 재정렬해주는 기능이다. Top100곡이 취향 순으로 재정렬돼 최신 트렌드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내 취향에 맞는 순서로 차트 감상이 가능하다.
음원 업체들의 이 같은 자정 작업 배경엔 기존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는 이른바 '사재기' 등으로 왜곡이 일어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기 때문이다.
음원사재기는 음원 플랫폼 내 많은 아이디를 확보해 해외 서버 등을 이용, 스트리밍을 하거나 다운을 받으며 순위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일부 업계에선 이번 24시간 기준 집계 방식의 새 순위표가 근본적 왜곡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눈치다.
1시간이든 누적 24시간 단위든 결국 '스트리밍 차트'로 규정되고 있는데다, '사재기'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매크로(음원을 무한 스트리밍해 순위를 끌어올리는 시스템)' 기계수를 더 늘리면 같은 왜곡 현상이 지속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시간에 한 곡당 1인 1회 재생되는 집계 기준을 24시간 1인 1회 방식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가수 팬들의 '총공(팬 총공격)' 인원 수를 늘리거나 왜곡 기능을 가진 기계수를 늘리면 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는 오히려 순위 공고화 등 승자 독식 구조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1시간 실시간 차트를 누적 24시간으로 늘리면 왜곡 현상 등을 통한 차트 변동 폭이 더 줄어들어 상위권 랭크가 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승자 독식 구조가 지속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집계 시간을 늘리는 등 차트 결과를 도출하기보단 이용자 중심의 개인별 취향 콘텐츠가 더 정밀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확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음원 기업들이 차트화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순위화 차제가 일별 혹은 시간대별 음원 트렌트를 반영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고, 무엇보다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 점유율 2위의 KT '지니뮤직'은 1시간 실시간 차트를 지속 유지하고 있다.
지니뮤직 측은 "실시간 차트 폐지를 논의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문체부가 시행 요청한 음원사재기 기준 및 처리절차 지침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시행 중이며, 매크로 실행이 의심되는 경우 본인인증절차를 강화하는 등 체계적 관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음원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차트화는 결국 음원 사이트에 가입해 이용권을 구매한 이용자들이 얼마나 많은 실행을 했는지의 결과물이여서, 음원 업체들 입장에선 차트화 폐지는 수익원을 잃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업계가 머리를 맞대 근본적 왜곡 현상 방지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