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판단서 잇따라 '노조 승소' … 향후 278건 판단에 '가이드라인'민간기업 하청노조 교섭 현실화 … 제조업 등 공공과 유사한 요구 쏟아져노조, 노봉법 시행 초기 전략적 행동 … "지노위 판단 신청 늘어날 것"
  • ▲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 노동조합법 2·3조(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이 지나는 시점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고,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연이어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가운데 산업계 전반에 '민간 교섭' 쓰나미가 몰려올 거란 긴장감이 커지는 이유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에서 제기한 교섭 요구 사건 11건 가운데 10건에서 원청의 교섭 의무가 인정됐다. 

    우선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전날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가 원청인 포스코를 상대로 한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포스코 하청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전국플랜트건설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들이 각각 원청과 개별교섭할 수 있도록 인정한 것이다. 

    인천지노위는 같은 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7개 하청 노조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해 산업안전 의제에서 공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의 7개 하청 노조는 한노총, 민노총, 그 외 노조 등 3곳으로 교섭단위가 분리 결정됐다.

    충남지노위도 지난 2일 공공연대노동조합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에 대해 심판위원회가 해당 공공기관들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이에 원청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도록 결정하면서 하청노조에 대한 공공기관의 사용자성 인정 첫발을 떼기도 했다. 

    아울러 노동부는 전날 판단지원위원회의 자문 결과를 토대로 국세청의 민간위탁업체 소속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에 관해 사용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같은 날 태권도진흥재단 자회사 소속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성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적 효력을 띄는 사항이 아니라 하청노조의 반발이 거세진다면 향후 지노위 판단 신청으로 넘어갈 수 있다.
  • ▲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부와 지노위에서 내린 판단 11건 중 10건이 노조 친화적 결과로 도출됐다. 지난 7일까지 전국 지노위에 접수된 노란봉투법 관련 사건이 278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노조 승소'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영계에선 이같이 노조에 유리한 판단이 향후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으로 빠르게 확산할 거로 보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에선 이미 하청노조와의 교섭이 현실화됐고, 철강·조선 등 주요 제조업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및 원자재 수급, 환율 상승, 물가 상승 등 고뇌에 빠진 상황에서 하청노조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이란 쟁점에 마주하게 된 셈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사용자성 인정에 대해 아직 경영 개입의 범위를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는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지노위 판단 결과를 지켜보며 전략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하청노조가 노란봉투법 시행 초반에 유리한 선례를 남기기 위해 공공부문에 신청을 몰아두거나, 지노위에 제기한 사건을 대거 취하한 이후 내용 보완 후 재신청하도록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기준 노동위에 요청된 교섭요구사실 미공고 시정신청 159건 가운데 71건이 취하됐다. 

    지노위에서 노동계에 유리한 판단이 쌓일수록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향후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노총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후 다른 곳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지부도 많다"며 "앞으로 지노위 판단 신청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