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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과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로 인해 서울 아파트값이 9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아파트가격만 떨어졌을 뿐 중저가 아파트 가격은 되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2% 하락했다. 지난주(-0.04%)보다 하락폭은 줄었지만 지난 3월 30일 하락전환 후 9주 연속 하락세다.
특히 강남3구는 급매물이 소진되면 하락폭이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집값 하락폭이 크다. 서초구(-0.09%), 강남구(-0.08%), 송파구(-0.04%) 등 서울 전체 평균을 웃돈다. 마포구(-0.05%) 역시 고가 주택 위주로 매수세가 감소하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용산구(-0.03%)는 용산정비창 개발 호재가 있으나 토지거래 허가구역지정 발표 영향 등으로 하락세다.
감정원 관계자는 "GBC 착공 등 개발호재가 있거나 급매물 소진된 일부지역 위주로 하락폭이 소폭 축소됐다"며 "경제성장률 전망 악화와 실업급여 증가 등 경기침체 우려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 규제와 코로나19로 인해 주택 거래가 크게 줄면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9452건으로 전달 대비 42.1%나 감소했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대별로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평균 아파트가격은 18억32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3월 18억1304만원에서 0.54% 하락한 수치다.
반면 5분위 평균 아파트값을 제외한 나머지 가격대의 아파트값은 상승했다. 3분위 평균 아파트가격은 3월 8억405만원에서 4월 8억955만원, 이달 8억1294만원으로 2개월 사이에 1.11% 증가했다. 4분위 평균 아파트가격도 10억9943만원(3월)에서 11억303만원(4월), 11억428만원(5월)으로 두 달 새 0.44% 올랐다.
평균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구간은 2분위었다. 2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이달 6억3773만원으로 지난 3월(6억2939만원)에 비해 1.33% 상승했다.
고가 아파트에 비해 실수요 목적의 거래가 많은 중저가 아파트는 지금보다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꾸준이 거래가 이어지며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1억~3억원 저가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올 1월 9.56%에서 3월 12.49%, 4월에는 15.57%를 나타내며 3개월 새 거래 비중이 6.01%포인트 뛰었다. 이에 비해 9억~15억원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1월 12.49%에서 4월 8.8%로 크게 떨어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직후 6억~9억원 구간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 등이 풍선효과로 가격이 많이 올랐었다"며 "이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체감하는 집값은 여전히 많이 올라 부담만 커진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