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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이번주 중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선행조건으로 내걸었던 러시아 결합심사 결과가 3~4일 내 나온다.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HDC는 지난주 실사를 위해 파견한 인력을 일부 철수했다. 다급해진 채권단은 급기야 구주가 인하와 유증 일정 연기 등 당근책을 내놨다.
'인수냐 포기냐'의 선택이 임박한 모양새다.
HDC는 지난 4월 말로 예정됐던 주식취득 연기 사유로 러시아 기업결합심사를 들었다. “거래 선행 조건이 충족돼야 남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국, 미국, 중국 등의 심사가 모두 끝난 형편에 러시아 심사건이 유일한 지연 명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러시아 심사건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HDC는 외려 실사단 일부를 철수시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속만 바짝 타고 있다. 딜이 엎어지면 당분간 대체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산은이 아시아나를 직접 떠안기에는 부담이 더욱 크다 보니 구주가격 인하와 유상증자 연기 등 당근책으로 HDC를 달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HDC의 의중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최근에는 인수자금 2조5000억원 중 4900억원 가량을 조달하기로 한 미래에셋대우와의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시장에서는 HDC가 정부로부터 추가지원을 이끌어 단독으로 아시아나 인수를 이어갈 것이라는 설까지 나돈다.
HDC 관계자는 "인수단을 10명 내외로 파견했었고, 아직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양 측 거래 결과가 항공시장에 줄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직접 거래 대상인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관계사 에어부산, 자회사인 에어서울로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매각 성사와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HDC와의 거래 불발 시 아시아나는 산업은행 주도의 재매각이 유력하다. 다만 최근 항공시장이 악화돼 의지를 가진 제3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새 인수자 발굴이 마땅치 않을 경우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국유화 가능성도 있다. -
아시아나 입장에서 가장 편한 것은 HDC로의 매각이다. 이 경우 100%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다. 노선과 직원 고용도 큰 마찰 없이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등 정부의 추가지원 명분이 충분해서다.
에어부산은 HDC 인수를 가정해도 다른 상황이 전망된다. 아시아나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약 44%로, 완전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다. 나머지 지분은 부산광역시, 현지 기관, 소상공인단체 등이 조금씩 나눠 갖고 있다.
HDC로 매각 시 아시아나는 HDC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관계사인 에어부산은 HDC의 증손회사로 들어간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증손회사를 사들일 경우 인수 2년 안에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현 상황상 HDC가 에어부산의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일 가능성은 적다. 외부 매각을 시도해도 현재는 고평가받기 어렵다. 경영권 행사 등을 고려했을 때 44%라는 지분율도 매력이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내 HDC의 아시아나 인수 여부가 큰 틀에서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시장 전망과 거래 흐름상 매각 성사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양 측 거래 결과가 줄 업계 파장은 어떤 식으로든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관계사 에어부산의 지분구조와 관련한 혼란이 예상되는데, 지역 내에선 규모가 상당해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