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스와 모트롤, 두산타워 매각하면 1.3조 확보두산중공업 사업부와 해외 자회사 처분시 3조 가능관건은 속도… 채권단 만족 못하면 최후 보루 불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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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알짜 계열사인 두산밥캣 매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그룹은 솔루스, 모트롤BG, 두산타워와 중공업 일부 사업부문을 처분하면 당초 계획했던 3조원 달성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자구안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다. 매각이 지지부진하다면 결국엔 최후의 보루인 두산밥캣마저 내놔야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즉 두산밥캣 매각은 두산 자구안 속도에 달려있는 셈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1일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확정한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이행하고 있다.

    이번 자구안의 최대 핵심은 자산매각이다. 두산그룹은 솔루스, 모트롤BG, 두산타워 매각만을 인정하고 있을 뿐 또 다른 계열사가 매각 대상에 포함됐는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두산그룹은 현재 추진하는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제반비용 축소 등으로 3조원 이상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BG, 두산타워를 매각하면 1조3000억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게 두산그룹 측의 판단이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워터(Water) 등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아데나·클럽모우CC 등을 처분하면 나머지 1조5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매각 자산 가치에 대한 두산과 시장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두산솔루스의 가치에 대해서는 두산 측과 시장의 반응이 크게 엇갈린다. 이런 이유로 두산은 지난 4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솔루스 매각에 대한 단독 협상에 나섰지만 최종 결렬됐다.

    두산은 1조5000억원 이상을 보고 있는 반면 시장에서 바라보는 가치는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 매각이 당초 계획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 역시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의지가 강해 낮은 가격에 팔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모트롤 가치 역시 두산은 5000억원 안팎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약 4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모트롤 매각 또한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두산이 자산 매각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마냥 시간이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채권단이 3조6000억원을 지원한 대가를 두산에선 연내 자산매각이란 성과로 보여줘야 해서다.

    이 때문에 자구안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주요 계열사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인다. 최고 핫한 매물은 그룹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다. 밥캣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642억원, 영업이익 868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터진 코로나19 여파로 건설경기가 침체되며 실적이 악화되긴 했지만, 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알짜 회사로 손꼽힌다. 미국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수혜를 입을 수 있단 점도 긍정적이다.

    두산그룹은 밥캣 매각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해본 적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밥캣을 매각할 경우 두산중공업 입장에선 수익성을 지켜주던 든든한 버팀목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뼈 아플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구안이 지지부진할 경우 성과를 내야 하는 두산 입장에선 결국 밥캣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추진하는 자산 매각만으로 3조원의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문제는 자구안 이행에 속도가 나지 않을 경우다. 밥캣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