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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규제를 강화한 21번째 부동산대책이 공개된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부랴부랴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땜질처방'에 불과할뿐 실질적이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대책이 나올때마다 지적되던 '풍선효과'도 여전해 또다시 보완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3일 국토교통부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6·17부동산대책'의 골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보증 제한 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투기세력뿐 아니라 실수요자들까지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대책 발표 5일째인 지난 22일 기준 청와대에 오른 국토분야 국민청원 59건중 54건(91.5%)이 6·17대책의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다. 청원에 참여한 수는 누적 12만건이 넘었다.
특히 7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규제 시행일 이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한뒤 다른 주택에 입주하면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의 아파트가격이 3억원을 넘기 때문에 영향이 컸다.
게다가 돈이 부족한 실수요자 대부분이 전세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많았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일명 '갭투자' 방식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대해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여론이 들끓자 국토부는 긴급하게 예외조항을 마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3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하면 대출을 즉시 회수하겠다는 방침은 기존 세입자의 임대기간이 남아있을 경우 세입자가 나갈때까지 대출 회수를 유예하겠다고 바꿨다.
게다가 직장이동과 자녀교육, 부모부양 등 특수한 목적으로 아파트 소재지와 다른 지역에 전세주택을 얻고 아파트와 전세주택에서 모두 세대원이 실제로 거주하면 전세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조합이 아직 설립되지 않은 초기 재건축 단지들도 아우성이다.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원이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재건축아파트를 팔지 않는 한 무리를 해서라도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정부 권유로 임대사업을 한 소유주에게는 예외규정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부는 임대사업자의 잔여 임대기간 등 구체적인 현황 조사를 거쳐 예외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완책은 연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과 보완책에도 파장을 예상치 못한 근시안적 정부 대책이 시장의 혼란만 불러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칫 과도한 수요억제책으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이 위축되고 임대차시장의 가격불안 양상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실효성 없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반복하느니 차라리 공급위주의 정책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