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법질서 근간 흔드는 행위 논란검찰, 8차례 권고안 수용… 제도 신뢰성 방증심의위 위원 검찰총장이 임명… '전문성-신뢰성' 이미 인정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결정한 가운데 검찰을 향한 정치권의 기소 강행을 압박하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와 사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물론 무리한 처벌을 강요하는 부적절한 검찰권 행사라는 지적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는 지난 26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과정 불법성 논란에 대해 비공개 회의를 열고 심의한 결과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로 결론을 내렸다.

    이번 심의위에서는 임시 위원장을 제외하고 표결에 참여한 13명 중 10명 안팎이 압도적으로 이 의견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론을 강제할 필요가 없어 기소와 불기소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결과가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깊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만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해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를 강행하라는 압박용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수사심의위 결론이 나오자마자‘권고안에 따라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SNS를 통해 "검찰은 명예를 걸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며 "수사심의위가 증선위와 검찰이 모두 '범죄'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린 사건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수사심의위 의견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법을 우롱하고, 경제를 농락하는 이런 범죄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반드시 기소하고 죗값을 묻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미 '이재용 기소'를 결론 내려놓고 자신들의 기대와 반대 결과가 나오자 '분풀이'하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것은 물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시민들의 판단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점이다.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하고 따를 경우 검찰은 '국민신뢰 제고'라는 제도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를 내걸고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2018년 도입한 제도다.

    수사 과정에서 우려되는 수사팀의 '확증 편향' 가능성을 차단하고, 기소와 영장청구 등의 판단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목적이다.

    과거 8차례의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단 한번도 거스른 적이 없다는 사실만 봐도 제도의 신뢰성은 충분히 확인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따라 검찰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제도를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이번에도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와 재계의 일관된 의견이다. 

    특히 수사심의위 위원들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검찰총장이 직접 위촉한다. 

    실제로 이번 사안을 심의한 현안위원의 경우 변호사 4명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회계 전문가, 중견 언론인, 종교인 등 명망과 식견을 갖춘 인사들이 포함됐다. 각자의 전문성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할 충분한 자격과 역량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함이 마땅하다. 

    이번 사안이 복잡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오히려 수사심의위 제도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위원들의 역량을 폄훼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수사심의위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돈과 권력이 많은'이 부회장 관련 사건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제11조)의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심의위 권고를 놓고 이른바 '여론 재판'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미국 대배심과 같은 '검찰 견제 기구'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미국의 대배심,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비슷한 제도다. 모두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자는 취지로 과거 노무현 정부 등에서 '검찰을 견제할 시민기구 도입' 방안이 검토될 때마다 대표적인 해외 모범사례로 거론돼 왔다.

    이들의 주장은 수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위원들이 하루만에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적절치 않고, 여론 동향과 심리적 요인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모든 사건은 검찰이 꾸리는 전문 수사팀에 의해서만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돈과 권력이 어느 정도 있으면 수사심의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느냐"면서 "차라리 '삼성만 빼자'라고 주장하는 게 더 솔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