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 SPA' 파기 공시법정관리 후 청산 유력… 직원 1500명 실직 우려이스타 "무산 책임은 제주항공에"… 법적 공방 전망
  • ▲ 23일 이스타항공 임시주총장에 출석한 최종구 대표 ⓒ 뉴시스
    ▲ 23일 이스타항공 임시주총장에 출석한 최종구 대표 ⓒ 뉴시스
    국내 항공사 간 첫 M&A로 주목받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7개월 만에 좌초됐다. 대량 실직과 무산 책임을 둔 법적 공방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23일 제주항공은 공시를 통해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알렸다. 앞서 이스타에 요구한 1700억 대 미지급금 등이 해결되지 않아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지원 의지와 중재에도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면서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피해 우려도 상당하며 이번 M&A가 결실을 거두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이스타항공은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안건이었던 발행주식 한도 변경, 신규 이사·감사 선임은 상정하지 못했으며 개회 10분 만에 종료됐다. 이스타는 제주항공 측 계약 파기 공문이 도착하지 않아 형식상으로만 9월 9일로 주총을 재연기했다.

    주총장에 나타난 최종구 대표는 "제주항공 측의 계약 파기를 어제(22일)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계약 파기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으며, 이스타는 모든 계약 조건을 완료했다"며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업계는 이스타가 결국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높은 부채비율 등으로 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이스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회사 파산 시 대량 실직이 우려된다. 현재 이스타 노조가 파악하고 있는 잔류 직원은 1500명 수준이다. 기존 1600명에서 일부 줄어들었으며 조종사 250명과 사무·현장직원을 모두 합한 인원이다. 재직 조종사 절반가량은 ‘셧다운(운항 중단)’ 이후 항공기 운항 자격도 상실했다.

    조종사 노조는 회사 측 대책 발표 후 활동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인수를 포기한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을 대상으로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연대해 투쟁을 벌인다. 이스타 임직원은 제주항공과 거래가 지연된 지난 6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했다.
  • ▲ 이스타 셧다운, 매각 무산 관련 집회를 갖는 노조원들 ⓒ 연합뉴스
    ▲ 이스타 셧다운, 매각 무산 관련 집회를 갖는 노조원들 ⓒ 연합뉴스
    노조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선 등 운항 가능한 최소 노선을 재개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노선 재개를 위해서는 지난 5월 말 상실된 국토부 운항자격증명(AOC) 재획득이 필요하다. 

    AOC 재획득을 위한 최소 비용은 약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유류·리스비 일부 상환 등에 들어가는 금액이다. 이스타는 전체 항공기 21대 중 4대를 반납해 17대를 보유 중이다. 결함 이슈로 운항을 중단한 맥스737 2대를 제외하면 15대를 가동할 수 있다.  

    박이삼 이스타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당장은 운항 가능한 노선을 가동하는 게 급선무다. 국토부 등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최소 노선 재개를 주장할 것”이라며 “이제 와 인수를 포기한 제주항공과 애경그룹에는 민주노총과 연대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 파기 책임을 둔 법적 공방도 예상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에 계약금으로 지급한 119억 원의 반환 문제를 둔 소송이다. 제주항공은 무산 책임이 이스타에 있다는 입장을 강조 중이다. 이스타는 “계약서상 모든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두 회사는 소송을 고려한 법리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한 논란도 여전하다.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 주식 인수 자금 조달처 등 이 의원 관련 의혹도 제주항공 측 거래 포기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다.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회장을 지낸 창업주이자 실질적 대주주다. 

    이스타항공 본거지인 전북지역의 우려도 상당하다. 이스타 거점 지역인 군산 등 전라북도 관광업계는 정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 사태를 직접 책임져야한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