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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혼다코리아가 내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월 평균 판매량은 100여대에 불과하다. 반전의 기회마저 사라졌다. 주력 SUV CR-V를 홍보할 수 있는 미디어 시승행사가 취소되면서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 대표 브랜드 혼다마저 한국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혼다코리아는 11일 계획했던 뉴 CR-V 터보 소규모 미디어 시승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일본차가 행사를 취소한 것은 닛산에 이어 두번째다.
앞서 닛산은 지난해 7월 16일 개최 예정이었던 신형 알티마 미디어 시승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닛산에게 있어 신형 알티마는 대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좋은 홍보기회였던 시승행사가 취소되며 닛산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결국 지난 5월말 결국 한국 시장을 철수한다고 발표하기 이르렀다.
혼다코리아가 CR-V 미디어 시승을 취소한다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집중호우다. 연일 수해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본차 홍보를 하기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여기에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혼다코리아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국가적 자연재해에 따른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며 "무엇보다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CR-V 터보 행사를 취소하며 혼다는 한국시장에서 주력 SUV 모델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었다. 특히 런치 미팅을 통해 이지홍 사장이 향후 혼다의 판매 전략을 밝힐 계획이었는데 행사 자체가 취소되며 이 또한 무산됐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혼다가 한국 고객들에게 회사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아예 사라진 셈이다.
혼다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이 진행된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 판매량은 월 평균 100여대에 불과하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혼다의 지난 7월 판매는 129대에 그쳤다. 6월 130대보다 1대가 적은 수치다. 올해 누적 판매량 또한 1582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4.3% 줄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일본차에 대한 반감 자체가 사라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성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녹슨 차란 이미지가 강한 CR-V로 승부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크가 버티고 있어 혼다가 철수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완성차 업체인 만큼 차량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상품성이 훌륭한 모델로 대박을 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판매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