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 삭감' 거래조건 파격 변경예상 못한 HDC 당혹구주 가격 불똥에 금호도 난감
-
- ▲ 정몽규 HDC그룹 회장 ⓒ 뉴데일리경제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다시 반전을 맞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만나 1조대 자금 등 다양한 차원의 인수 지원을 제안하면서다. 거래 조건이 대폭 조정됨에 따라 거래에 임하는 HDC의 심경은 복잡해질 전망이다.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전날 오후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해 만남을 가졌다. 세 번째 회동이었다. 이번 만남도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이동걸 회장은 정 회장에게 파격적인 새 조건을 제시했다.이 회장은 정 회장에게 채권단과의 공동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 HDC가 같은 비율의 현금을 아시아나에 투입하는 개념이다. 채권단은 최대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아시아나에 투입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이 경우 HDC는 기존 제시가 2조5000억원보다 1조원 낮게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된다. 당초 HDC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30.77%를 사들이고, 이후 유상증자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인수를 계획했다. 예정된 유증 규모는 2조1772억원이다.산은은 인수 지원금 1조5000억원 중 7000억원 가량을 HDC 측 유증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아시아나에 가지고 있는 영구채 8000억원도 당장 현금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 경영안정화를 돕기 위한 판단이다.금호산업 구주 가격을 깎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HDC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30%가량을 주당 4700원씩 약 308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4000원 초반대인 현 주가와 비교해 다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HDC는 구주 가격 인하도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주 대금을 그룹 재건 비용으로 활용해야 하는 금호 측 사정에서다. 채권단이 구주 가격 조정에 직접 나설 경우 금호도 이를 거절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그간 업계는 HDC의 인수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코로나19로 항공업이 큰 타격을 입은 데다 회복 시점까지 불투명해서다. 이에 HDC는 지난 6월 말이었던 거래 기일에서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HDC는 “실사 작업이 부족했다”며 거래 종결을 미뤄왔다. 지난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증가한 아시아나 부채비율,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등으로 재실사를 주장했다. 시장은 HDC 측 요구를 거래 포기를 위한 표면적 명분으로 바라봤다.전문가는 이동걸 회장의 제안으로 거래의 공이 다시 HDC로 넘어왔다고 분석한다. 두 회장의 만남 자체가 거래 포기 후폭풍을 의식한 정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었지만, 만남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아 큰 짐을 얻었다는 평가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과 달리 채권단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해 거래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면서 “거래 조건 변경까지 예측하지 못하고 자리에 나온 정몽규 회장이 큰 짐을 안고 대화를 마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이어 “채권단에서도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HDC는 거래 성사와 관계없이 카운터오퍼(반대 측 조건 변경 제안)를 내게 될 것”이라며 “이번 제안으로 인수 의지가 생겼다면 더 유리한 조건을 위한 딜, 그래도 포기라면 새 명분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