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소프트뱅크와 합의… 2022년 인수 마무리모바일-AI-차 반도체 등 공격적 사업 확대 전망엔비디아 인수 이후 특허 독점 및 로열티 상향 우려 제기中, 자국내 반도체 산업 파장에 인수 불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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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영국 '암(ARM)홀딩스' 인수를 발표하면서 향후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RM홀딩스 인수를 통해 그간 약점으로 작용된 서버와 모바일 시장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ARM은 그간 반도체 설계에만 주력해오며  '중립성' 유지했다. 이는 곧 굵직한 반도체 회사를 고객사를 두며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왔지만 엔비디아로 인수 이후에는 이들과 불편한 관계로 놓일 수 있는 만켬 향후 영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15일 관련업계 및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은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개발 기업 ARM(암홀딩스)을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에 매각키로 했다.

    매각 대상은 지분 전량이며 최대 400억 달러(약 47조원)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에 매입 대금으로 자사 주식 215억 달러어치와 현금 120억 달러를 지불한다.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는 자동차 자율 주행에 사용되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강점이 있는 엔비디아 주식 지분 6.7∼8.1%를 확보하게 된다. 매각은 오는 2022년 3월경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등 해외 외신들은 이번 M&A를 두고 반도체 지형을 바꿀 만한 일로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 금액인데다 향후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ARM은 1990년 영국에서 설립된 회사로 반도체 기본 설계도를 만들어 반도체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제품군은 모바일 프로세서(AP), 서버용반도체,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다양하다. 특히 AP 영역에서는 전세계 스마트폰의 90%가 ARM의 설계를 사용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지난해에만 ARM 설계도를 활용해 만들어진 반도체가 230억개로 누적으로는 1600억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애플을 비롯해 아마존, 구글 등이 ARM 기반으로 반도체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엔비디아가 이런 ARM을 인수하면 기존의 그래픽 칩셋(GPU) 사업 중심에서 CPU, AI, 자율주행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데이터센터, AI, 자율주행 등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려면 CPU와 GPU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통해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현재 엔비디아는 GPU를 병렬로 배치해 연산처리 능력을 극대화한 'GPGPU' 기술 보급을 확대한 이후 글로벌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인텔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모바일 분야 협업도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그간 모바일 시장에서 약세를 보였던 만큼 ARM의 설계 기술과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ARM은 반도체 설계 명령어를 여타 CPU 업체보다 단순화한 저전력 반도체 설계 기술로 스마트폰 시장 도래 이후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허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거나 로열티를 높게 받는 등의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ARM은 반도체 설계 외에는 제조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중립성'을 유지해 왔다. 라이선스만 구입하면 회사별로 자체 목적에 맞게 반도체를 설계해 왔다. 그러나 엔비디아로 인수된 이후에는 설계도의 독점권 행사 및 비싼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 측은 ARM의 비즈니스 모델을 기존과 같이 유지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엔비디아는 "ARM의 개방형 라이선스 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라며 "본사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남을 것이며, 영국 내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이번 M&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규제당국이 인수를 불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자국내 반도체 업계가 생산하는 제품 대부분은 ARM의 설계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중국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통제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은 만큼 여러가지 변수에 대한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아직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