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극박 생산라인 준공… 헝가리 증설도 '착착'포스코, 양극재-음극재 생산 박차… 시장점유율 20% '조준'삼성-SK도 소재 시장 점유율 확대 위해 국내외 신증설 '러시'
  •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기업들도 속속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LG, 삼성, SK 뿐만 아니라 롯데, 포스코 등도 기존 사업에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알미늄은 최근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 1공장에서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을 마쳤다. 국내 최대 포장소재기업인 롯데알미늄이 배터리 소재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양극박 생산은 이달 중 시작된다.

    이번에 양극박 생산라인이 증설된 이 공장은 과자봉지나 약품포장재 등에 쓰이는 알루미늄박을 생산하던 곳이다. 280억원을 투입, 라인 일부를 전환해 연 3000t의 양극박을 생산한다. 이를 통해 국내 생산능력은 1만2000t으로 대폭 늘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밀집해 있는 헝가리에 연 1만8000t 규모의 양극박 공장을 완공하는 2021년이면 국내외 양극박 생산능력은 연 3만t에 달하게 된다. 해당 증설에는 1100억원이 투입됐다.

    배터리 필수 구성요소인 양극박은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활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 통로역할을 하는 소재다. 높은 열전도성으로 전지 내부의 열 방출을 돕는다. 무엇보다 알루미늄을 균일하게 배열하는 것이 배터리의 출력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번 준공은 그룹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준공식에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화학BU장이 참석했는데, 시장에서는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모빌리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꼬리표를 떼고 양극사업을 본격화하는 움직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롯데가 뒤늦게라도 양극박사업을 시작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높아질 것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다.

    김교현 화학BU장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박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국내외 생산라인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롯데알미늄 측도 헝가리 생산기지를 바탕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글로벌 사업을 적극 전개할 방침이라고 시사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배터리용 양극활물질 수요는 연 평균 33.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극활물질을 지탱하는 양극박 역시 동반 성장이 예상된다.

    롯데에 앞서 포스코그룹은 일찌감치 관련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양극활물질 제조사인 화학 계열사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사업 시장점유율 20%, 연 매출 22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남 광양과 경북 포항 등에서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고 음극재는 리튬이온을 내보내 전류를 흐르게 하는 핵심 소재다.

    포스코케미칼이 계획대로 증설을 마치면 2023년부터는 국내에서 양극재 9만t과 음극재 12만1000t을 생산하게 된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1월 LG화학과 계약을 맺고 2022년까지 1조8533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계약으로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시장점유율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이다.

    특히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활물질이 시장에서 차자하는 비중이 2018년 43%에서 2025년 72%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추가 점유율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배터리 음극재 생산업체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으며 LG화학과의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점에서 양극재 업체로서도 산업 내 비교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 ▲ SK넥실리스 정읍공장. ⓒSKC
    ▲ SK넥실리스 정읍공장. ⓒSKC
    삼성SDI는 양극활물질 제조사인 에코프로비엠과 손잡고 6대 4의 지분 비율로 합작법인(JV)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

    삼성SDI는 글로벌 점유율 4위의 배터리 제조사다. 파나소닉을 밀어내고 3위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은 15년간 양극활물질 생산 기술력을 쌓아온 글로벌 점유율 2위의 양극재 소재 기업이다.

    합작사는 현대차-삼성-LG-SK를 주축으로 하는 국내 전기차 생태계 재편에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합작사는 2022년 1분기 생산을 목표로 포항에 공장을 짓고 있다.

    실제 합작사는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전기차 사업 협력을 위한 단독회담을 가지면서 부각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기차 업에 속도를 낼 경우 이 합작사가 주요 소재 공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6위의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소재사업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화학·필름회사였던 SKC는 지난해 전기차 음극재용 동박 소재업체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하면서 배터리·반도체 소재기업으로 정체성을 바꿔가고 있다.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기술로 얇게 만든 막이다. 얇을수록 많은 음극활물질을 담을 수 있어 배터리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유리하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4㎛ 동박을 만드는 SK넥실리스를 앞세워 동박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SK넥실리스는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 3만t에서 4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2년 초 상업화를 목표로 내년 3분기까지 정읍공장에 연산 1만t 규모의 5공장 증설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의 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해 지난해 출범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막아주는 분리막 시장의 글로벌 2위 사업자가 됐다.

    충북 증평에서 설비를 늘리고 중국, 폴란드 등에서 설비 확충에 박차를 가하면서 습식분리막 1위 사업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 규제 강화와 친환경차 보조금 확대로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 소재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면서 각종 소재들의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라며 "특히나 국내 대기업들이 배터리 소재시장에 진출하면서 공급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