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23개 지자체에 1804억원 써…서울시금고 출연금이 대부분농협‧우리은행도 지자체에 1000억 넘게 내…국민‧하나은행의 9배 수준금고 출혈경쟁 여전, 역마진 우려 가중…규모의 경제에 밀린 지방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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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은희 의원실
    국내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의 금고지기가 되기 위해 50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협력사업비)을 지자체에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가운데서는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협력사업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운영 중인 지자체 금고에 총 4936억원의 출연금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지자체 자금관리와 운용을 담당하는 지자체 금고를 따내기 위해 은행들이 지자체에 제공하는 출연금이 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은행 내부에서 조차 "시금고를 따내도 별로 남는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들 은행 중 가장 많은 협력사업비를 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전국에 23개 지자체 금고를 운영하며 총 1804억원의 출연금을 썼다. 

    23개 지자체 재정규모(115조3억원)의 0.16%를 출연금으로 낸 셈이다. 신한은행의 협력사업비가 가장 많은 이유는 서울시금고에 지출한 출연금 영향이 크다. 

    지난 2018년 서울시 금고지정을 위한 입찰 과정에서 신한은행은 3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히면서 104년간 서울시 금고지기를 맡아온 우리은행을 밀어내고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신한은행은 현재 753억원의 출연금을 서울시를 위해 썼다.

    신한은행에 이어 지자체에 대한 출연금이 많은 곳은 농협은행이었다. 농협은행은 185곳의 지자체 금고를 운영 중인데 이들 지자체에 대한 출연금은 신한은행보다 적은 1609억원이다. 

    다만 오는 2023년까지 지출할 출연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비교하면 지자체 금고운영 규모에 비해 출연금액은 적은 편이다.

    우리은행 역시 22개 지자체 금고지기를 맡고 있는데 현재 총 1126억원의 출연금을 지출했다.

    신한‧농협‧우리은행이 1000억원대의 출연금을 지불한 반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들 은행이 지출한 출연금의 10% 정도만 협력사업비로 지출해 대조를 이뤘다.

    국민은행은 12개 지자체금고를 운영하며 총 214억원을 출연금으로 냈으며, 하나은행은 14개 지자체 금고지기를 맡으며 183억원을 출연했다.

    지자체 금고는 국내 은행들의 가장 큰 사업 영역 중 하나로, 그 규모만 453조원에 달한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금고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341조5775억원인데 여기에 17개 시도 교육청(약 70조5960억원)과 지자체 산하 공사와 공단(약 28조2274억원), 출자·출연기관 금고(약 12조5507억원)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453조원에 이른다.

    올해에만 부산, 광주, 전남을 포함한 지자체(광역‧기초) 64곳의 금고가 재선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시중은행들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지방금고에 눈을 돌리면서 지방은행들과의 유치전이 뜨겁다.

    행정안전부가 은행권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자체 금고지정시 협력사업비 배점을 줄이는 등 평가기준을 개선했지만 출연금 출혈경쟁이 잠잠해졌다는 분석은 이르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은행들은 과도한 협력사업비 지출로 인해  금고를 입찰받아도 손익을 내기 쉽지 않다.

    실제로 은행들은 과도한 출연금 부담부터 저금리 장기화로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아 지자체 예금금리에서 역마진이 발생하는 등 금고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협력사업비의 무리한 지출로 은행들은 예금 고객에게 금리를 적게 줄 수밖에 없고 대출 고객에게는 금리를 더 받아야만 마진이 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행정안전부가 협력사업비 배점을 줄이는 등 평가기준을 개선했지만 다른 항목 배점이 비슷하다보니 협력사업비가 지자체금고 결정에 중요한 잣대가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권은희 의원은 “은행의 과도한 출연금 출혈경쟁이 개인 고객의 각종 수수료나 대출 금리를 높이는 원인이 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법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