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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주요 상장기업의 소액주주 숫자가 평균 9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을 과세하는 '대주주' 범위를 올해 말부터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새로 양도세 대상에 포함되는 투자자 숫자가 예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증시 충격이 우려된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가총액 1~100대 상장사(지난 8일 기준) 중 반기보고서에서 소액주주 현황을 공시한 23개 기업의 지분율 1% 미만 소액주주 숫자는 작년 말보다 평균 89.1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삼성전자는 작년 말 56만8313명이던 소액주주 수가 지난 6월 말 현재 145만4373명으로 88만6060명 늘었다. 증가폭은 155.91%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한 3월 이후 개미들의 대표 매수 대상종목으로 부상했다.
연초부터 지난 8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보통주를 7조9656억원어치(1억5717만주)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작년 말 약 3.6%에서 현재 약 6.2%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총 3위인 네이버는 소액주주 숫자가 같은 기간 4만3622명에서 18만7972명으로 무려 330.91%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대표적인 비대면 종목으로 떠오르면서 개인이 올해 1조716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SK는 집계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작년 말 2만415명이던 소액주주 수는 6월 말 9만4142명으로 361.14% 늘었다.
이 밖에 삼성SDI(135.58%), 한온시스템(117.17%), 알테오젠(135.32%), 더존비즈온(182.09%) 등도 같은 기간 소액주주 수가 2배 이상 불어났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기관이 주식을 매도한 반면 개인은 줄기차게 사들이며 소액주주 급증이란 결과를 낳았다.
개인이 연초부터 지난 8일까지 순매수한 주식은 총 57조7725억원이다. 코스피는 44조872억원, 코스닥은 13조6853억원이다.
문제는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주식 보유액 기준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종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진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주주 범위 확대로 새로 대주주에 포함되는 3억원 이상~10억원 미만 보유 주주 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8만861명, 보유 주식 금액은 41조583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소액주주 수 급증을 고려하면 올 연말 대주주로 신규 편입되는 투자자 숫자는 작년 기준 수치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주가 호조로 코스피가 8.84%, 코스닥은 30.13% 상승했단 점도 대주주 편입 대상자가 많아질 수 있단 관측에 힘을 보탠다. 투자자들의 주식 평가액도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올 연말 대주주 신규 편입 규모가 예전보다 훨씬 커지면 이를 피하기 위한 개인 등의 순매도도 과거 사례보다 대폭 커질 수 있다 우려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대주주 요건이 크게 하향되기 직전 연말에 개인의 대규모 순매도 패턴이 확인된다"며 "특히 이번에는 하향 조정폭이 크고 올해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자금의 규모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개인 수급 영향력이 커진 만큼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일부 개인 자금의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며 "올해는 개인의 시장 방어 역할이 컸던 만큼 개인 수급이 흔들린다면 연말 대외 리스크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