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투자의견 '매도' 리포트 55건, 0.07%에 그쳐윤석헌 금감원장 "불만스러운 수치,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할 것"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매수' 일색인 국내 증권사의 역할론을 강조한 가운데 '매도' 리포트 비중이 늘어날 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지도 효과가 미미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방점을 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원장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특정 종목에 주로 매수 리포트를 내는 행태와 관련 "소비자에게 적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리포트의 역할"이라며 "취지에 맞춰 매수·매도에 대해서 각각 의견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한 증권사는 2017년 8월 이후 매도 의견의 리포트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투자보고서 관련 불법행위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가 없었던 것이 관행에 기여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과거 리포트 발간 후 거액의 거래가 이뤄졌던 사건을 근거로 제시했다. 증권사 직원들이 자사 보유 주식을 '사라'는 보고서를 낸 뒤, 주가가 오르자 해당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불법이 적발됐다. 그러나 처벌은 회사 자체적으로 진행됐으며 모두 견책 조치에 그쳤다.

    지난 5년간 금감원이 애널리스트 보고서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해 한 번도 중징계를 내리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들이 발표한 리포트는 7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매도 의견이 담긴 리포트는 55건(0.07%)에 불과했다. 

    윤 원장은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여러가지로 불만스럽다"며 "오랫동안 금융권에서 문제 제기된 사안인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로서 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7년 9월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와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괴리율 공시제도 ▲검수기능 강화 ▲보수산정기준 명확화 등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시행토록 했다. 

    그러나 개선방안 발표 1년 후 제도 운영현황을 분석한 결과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2017년 9월부터 1년간 국내에 공표된 보고서는 총 4만4734건(국내 32곳, 외국계 15곳 발표)으로 이중 '매도' 보고서는 2%대로 집계됐다. 투자의견 '매수'의 경우 76%로 제도개선 지도 이전 수준과 비슷했다.

    무엇보다 국내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은 0.1%로 외국계 증권사(13%) 대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금감원이 증권사 리포트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바뀐 점이 전혀 없다"며 "올해 8월까지 매도 리포트가 11건으로 더 나빠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증권사 투자의견 리포트 관련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처벌 규정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좀 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실종된 배경에는 기업 눈치보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매도 리포트 발간을 유도하더라도, (매도 리포트)발행 이후 애널리스트가 해당 기업이나 주주들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쉽게 매도 리포트 발간이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