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중심 모빌리티 서비스 공간으로 재편내년 이후 초급속 충전 본격화… 2023년께 성과 기대
  • ▲ 서울 종로구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 ⓒ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전기차. ⓒ연합뉴스
    국내 정유4사가 최근 충전기 제조사 및 충전서비스 업체와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주유소의 전기차 충전소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감소 추세, 전국 주유소 과포화, 마이너스 정제마진 등 수익성 악화 현상이 계속되면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대부분 협력사를 두고 충전소를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모델을 만들고 있다. 회사별 서비스사업 전략에 따라 내년부터 충전시설 및 서비스 모델 체계화를 독자 형태로 확립해 나갈 방침이다.

    GS칼텍스는 3분기에만 LG화학,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롯데렌탈, 한국전력공사 등과 잇달아 업무협약을 맺었다.

    GS칼텍스는 기름만 넣던 주유소를 전기차 중심의 모빌리티 서비스 공간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렌탈, 카카오모빌리티와 각각 손잡고 전기차, 전기자전거 충전서비스에 나섰다. 롯데렌탈 장기 렌터카 이용자에게 전기차 충전시 급속충전 최저 요금 수준의 할인 혜택과 세차 할인권, 기존 주유소에서 카카오 전기자전거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현대차는 GS칼텍스와 주유·충전·세차·정비 등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차에서 모이는 차종·유종·주유 잔량 등의 정보와 주유소에서 수집되는 주유 내역·가격·세차 여부 등의 정보를 결합한 차량 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LG화학과는 충전소에서 수집한 전기차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배터리 특화서비스를 발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 개발에 들어간다.

    이 서비스는 전기차가 GS칼텍스 충전소에서 충전을 진행하는 동안 주행 및 충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LG화학의 빅데이터 분석 및 배터리서비스 알고리즘을 통해 배터리의 현재 상태와 위험성을 충전기와 운전자의 휴대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GS칼텍스 측은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 증가와 모빌리티 환경 변화 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기존 주유소를 주유, 세차, 정비 등 일반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 카셰어링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최근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차지인'과 도심권 주유소에 100㎾급 이상 충전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현대오일뱅크가 현재 직영주유소 20곳에서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를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유소 외에 유통업계 물류센터에 전용충전소도 설치할 예정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전기 화물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접근성이 좋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이나 대형 편의점에도 적극 진출해 전국적인 전기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기충전소에 다양한 요금제를 적용해 고객편의성도 높일 방침이다. 화물차와 택시운전자에게는 심야시간에 좀 더 저렴하게 충전할 수 있는 요금제를 적용하고, 출퇴근 고객들은 대기시간 없이 신속하게 충전 가능한 요금제를 받는 식이다.

    전기차 제조업체와 제휴해 프리미엄 세차, 공유 주차, 차량 렌트, 경정비 할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멤버십도 출시한다.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영업본부장(부사장)은 "충전 속도가 빠른 50㎾급 이상 급속충전기는 고객들이 선호하지만, 2025년 전체 충전기의 2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급증하는 전기차 고객을 주유소로 유치해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용인 에버랜드 융·복합 충전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삼천리
    ▲ 용인 에버랜드 융·복합 충전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삼천리
    에쓰오일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전기차를 넘어선 초대형 복합 에너지스테이션 '파주운정 드림 주유소·충전소'를 열었다.

    에쓰오일은 기존 4개의 주유소·충전소를 약 3000평의 부지를 가진 초대형 주유소·충전소로 리모델링했다. 이를 통해 셀프주유기 10대와 LPG충전기 4대를 갖춰 30여대 차량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넓은 부지를 활용해 미래 지향적이고 차별화된 부대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차량 관리에 민감한 고객을 위한 손 세차 서비스와 화물차 전용 대형 세차기 및 차량 관련 PB상품 도입을 우선 검토 중이다.

    또한 △전기차 충전시설 △튜닝 특화 정비점 △모바일 앱 기반 주유·세차·배달 등 새로운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에쓰오일 측은 "새 충전소를 새로운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미래형 복합 에너지스테이션'이자 회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에너지는 ▲셀세모 ▲갓차 ▲루페스 ▲마지막삼십분 ▲세차왕 ▲오토스테이 등 차량관리 전문 서비스업체 6개사와 제휴를 맺고 차량관리 통합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셀프세차, 발렛파킹 등 서비스를 개발하고 향후 신차 중개, 전기차 충전 등 관련 분야로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기아차와의 제휴협력을 강화해 협력 충전 인프라를 2021년까지 214기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정유4사는 내년부터 기존의 주유소 거점을 점차 초급속 충전소로 전환해 나갈 방침이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초기인 만큼 정부 보조금 사업을 통해 초기 투자비를 최소화하면서 전기차 수요에 따라 충전소의 초급속충전기 전환물량을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는 2023년까지 190개 충전소에 초급속충전기 1~2기를 설치, 운영한다. GS칼텍스는 2022년까지 160기, 현대오일뱅크는 2023년까지 200기의 초급속충전기를 구축한다.

    현재 300㎾급 이상의 초급속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모델이 몇 안 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2022년 이후부터 충전소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정유업계의 충전사업 진출이 본격화하고 국내 전기차 수가 30만~40만대에 이르는 2023년을 전후해 성과를 내게 될 것"이라며 "주유소 거점과 그동안의 고객 대응 서비스 노하우를 활용해 주유소의 충전소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정유사들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혀왔던 전기차 부문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2016년 정부가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줬음에도 3년이 지난 지난해 하반기까지 전기차 충전 설비를 갖춘 주유소가 59곳에 불과할 정도로 속도가 더뎠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다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가진 주유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미래자동차산업 발전전략을 보면 지난해 9만대인 전기차 보급대수는 2030년 3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충전기 보급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뎌 지난해 3.91대에 불과했던 충전기 1개당 전기차 대수는 2023년 11.1대, 2025년에는 14.8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의 스탠스가 적극적으로 바뀐 것은 최근 업황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약세,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정유4사는 상반기에만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상반기의 손실을 메울 수준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정유사업이 예전과 같은 수익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전기차 등이 활성화되는 것에 대비해 주유 외에 다른 사업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