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최종 결론일 앞두고 배터리산업전 참가 눈길완성차 및 소재 업체 등 198개사 참여 사상 '최대' 규모차세대 배터리 자존심 대결… 안전성 논란 대응 등 관심 집중
  •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LG화학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리는 2차전지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0'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배터리 3사를 포함한 주요 업체들이 치열한 기술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배터리 특허 침해 관련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신기술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양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자존심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ITC 판결은 26일로 예정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주관하는 '인터배터리(InterBattery)' 전시회가 21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며, 배터리 재팬, CIBF(중국 인터내셔널 배터리 페어)와 함께 세계 3대 배터리 전문 전시회로 꼽힌다. 모바일 소형시장,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시장 등을 두루 다룬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 완성차 기업과 유관 기업·기관들이 참여해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해 교류하고 사업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대표 배터리 3사를 비롯한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 소재업체 등 198개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로 치러진다.

    전지산업협회 측은 "올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국내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 이슈 등으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코로나19에도 모든 참가신청이 조기 마감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배터리 3사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각사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지난달 열린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반값 전기차 배터리와 생산공정 혁신 관련 내용을 발표한 만큼 국내 업계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전 강화 신기술 등도 공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최근 국내외에서 제기된 전기차 안전성 논란 등에 대한 우려에 배터리 업체들이 어떤 대응을 하느냐에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도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논란, 소송전 등이 겹친 시기에 배터리 전시화가 열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각 사의 자존심 대결이 팽팽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최근 배터리사업부 물적 분할과 전기차 코나 화재 등 안팎의 이슈를 안고 있는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반전을 도모할 히든카드를 보여줄 수 있을 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핵심 소재인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에너지 밀도를 높여 고용량이면서 얇은 배터리를 구현하는 '라미 앤 스택(Lamination&Stacking)' 등 기술력을 소개한다.

    현재 NCM(니켈·코발트·망간)에서 알루미늄(AI)을 추가하고 니켈 함량을 90% 늘리면서 값비싼 코발트 비중을 5% 이하로 낮추는 NCMA 배터리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
  •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그간 주로 생산하던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뿐만 아니라 원형 배터리도 전시하며 기술력을 뽐낼 예정이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미래-그린뉴딜'이라는 주제로 전기차 이외에 배터리 솔루션도 전시한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을 88% 이상으로 높인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전기치 배터리를 내년부터 공급하기 시작한다. 또 2027년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제조사를 넘어 전기 운송수단 생태계에서 주체적인 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드러낸다. 배터리사업을 1982년부터 시작했다는 역사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 비율이 각각 90%, 5%, 5%인 'NCM9½½' 배터리를 개발해 생산 중이며 나아가 니켈 비중을 90% 중반 대까지 높인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 침해 소송 등을 벌이고 있어 이번 전시가 각사의 주장을 강조하고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매년 열렸던 행사지만 최종 판결 직전에 열리는 만큼 올해는 판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이 자리에서 두 기업의 신경전은 치열할 전망이다. 자리배치 역시 삼성SDI를 가운데 두고 LG와 SK가 나란히 배치돼 있어 고도의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사 소송전은 영업비밀 침해로 시작됐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도 해석되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K배터리 선두업체가 선보일 인터배터리 행사뿐만 아니라 소송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사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맡은 ITC는 26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당초에는 이달 5일 최종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판결 일정이 3주 연기됐다. ITC는 연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나,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업무일정 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화학 측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다.

    ITC의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해 사업이 어려워진다.

    때문에 당초 업계에서는 양사가 금전적 배상합의로 소송을 끝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현재까지도 양사의 합의에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배상금을 둘러싼 양사의 금액 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ITC 소송 진행과정에서 증거인멸 논란 등을 두고 양사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배상합의 시도도 일시 정지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극적합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