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7%대… 연이자 1800억원 달해설계부터 '특혜' 경계…"시장 혼란 안돼" 대출금리 낮추려면 새 기준점 마련해야
  • 코로나19 위기 속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을 지키기 위해 마련한 기간산업안정자금(이하 기안기금)이 기업들에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장에서 융통하기 어려운 자금을 마련할 기회라는 장점은 있지만 '시장금리 +α' 조건이 발목을 붙잡는 모양새다. 급전이 필요한 대한항공과 제주항공도 기안기금의 고금리에 놀라 당장 신청하지 않고 산업은행과 협의에 집중하고 있다. 


    ◆ 시장금리 < 기안기금… 7% 금리 논란

    20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이번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이 집행된다.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확정했다. 3년 만기 기준에 일시상환 방식으로 금리는 7%대다. 

    금리는 시장금리에 리스크를 감안한 가산금리가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심의회는 정확한 대출금리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등급 중 가장 낮다. 

    논란은 여기에 있다. 아시아나의 경우, 금리가 7.5%로 책정됐다고 가정하면 연간 1800억원을 이자로 내야한다. 조달금리가 1%대 수준인데 기업 금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 설계부터 '특혜' 경계… "시장 혼란 안돼" 

    기안기금은 설계단계부터 '특혜'를 경계해왔다. 

    40조원에 달하는 나랏돈을 기업에 빌려주는 만큼 시장에 혼란을 줘서는 안된다는 부담 속에 출범했다. 때문에 금융시장서 최대한 자금을 조달한 뒤에 마지막에 쓰는 안전판 성격이 짙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출범식서 "기금은 특혜가 아니다"라면서 "지원 타이밍과 충분성 고용안정의 합리적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안기금 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아지면 금융시장에 오류가 발생해 시장이 혼탁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저금리로 지원하게 되면 불필요한 자금 지원 요청이 들어와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면서 "WTO에 자국 기업 지원 보조금 이슈가 있어 명시적으로 시중금리를 기준으로 한다"고 밝혔다. 
  • ◆ 대출금리 낮추려면 새 기준점 마련해야

    기안기금의 높은 문턱에 금리 인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기안기금심의위원회는 지원 기업에 대한 금리 논란이 거세지자 향후 회의서 금리인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도 국감에서 "정책적 필요성이 있다면 금리인하에 대한 기금운용심의회에 의견을 전달하고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 회장은 기안기금심의위원은 아니다.산업은행에서는 김복규 정책기획부문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안기금 측 관계자는 "국정감사 이후, 아직 기안기금 회의가 열리지 않은 상태"라면서 "민간위원들도 금리 논란을 알고 있는 만큼 회의때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 밝혔다. 다음 기안기금 회의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새 기준점 마련이 필수적이다. 현재 기안기금 금리가 기업의 신용등급에 맞는 시장금리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만한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경우를 살펴보면 정부 지원금이 세금 면제 혜택과 시장금리보다 낮은 이자를 지원한다. 

    미국 델타항공은 미국 정부로부터 16억 달러 자금을 10년 간 지원받으면서 처음 5년 간은 1%대 금리만 부여했다. 이후 5년 간은 2%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안기금이 운용되는 3년 중에 초기 1,2년 만이라도 특별금리를 부여한다면 숨통이 트일 기업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