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정용 사업 접기로린나이, 매출 역성장-적자수렁귀뚜라미·경동나비엔 '양강 구도' 공고화
  • ▲ ⓒ각 사
    ▲ ⓒ각 사

    보일러 업계가 뒤숭숭한 모습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부 보조금 등으로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업계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 롯데, 38년만에 보일러 사업 철수

    오랜기간 철수 논란이 제기된 롯데알미늄이 마침내 보일러 사업을 접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이미 전국 대리점에 가정용 사업부문 철수와 함께 대리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롯데는 그간 가정용 보일러 사업 유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경쟁력 약화로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였다. 롯데건설이 짓는 아파트 공급용 특판으로 버텨왔으나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완전 철수 시점은 올 12월31일로 정해졌다.

    내년 1월1일부터는 가정용보일러 공급과 파트너사 대리점 거래도 모두 중단된다. 다만 AS및 대리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부 사항에 대해 추가 협의를 벌이고 있다.

    롯데가 보일러 사업을 접는 것은 38년만의 일이다.

  • ▲ 정부의 가정용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지원 사업 ⓒ서울시
    ▲ 정부의 가정용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지원 사업 ⓒ서울시

    ◇ 린나이 적자 수렁

    일본계 가스보일러 회사 린나이코리아는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부터 시작된 '노 재팬'의 영향으로 급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101억원에 달했다. 직전년 8억원의 영업익으로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1년을 버티지 못했다. 매출 자체가 13.6%나 떨어져 나갔다.

    사실 린나이코리아의 실적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최근 매출 추이를 보면 2017년 3774억원, 2018년 3605억 원, 2019년 3116억원으로 뚝뚝 떨어졌다. 자연스레 영업이익도 2015년 894억원, 2016년 124억원, 2017년 78억원, 2018년 8억원에서 급기야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

    린나이는 위기 타개책의 일환으로 덤핑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전성기를 한참 지난 형편으로 시장 영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시장 재편을 점치고 있다.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속에 시장 볼륨은 갈수록 줄고 있고 보일러 교체 주기도 10년을 훌쩍 넘어버렸다.

    다행히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부보조금이 시행되고 있지만 편차가 심하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 양강이 시장 전체를 휩쓸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두 회사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러시아와 미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귀뚜라미는 최근 러시아 법인을 세우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후발주자와 현격한 격차를 보이는 만큼 보일러 시장은 빠르게 양강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 ▲ 캐스케이드 보일러 ⓒ귀뚜라미
    ▲ 캐스케이드 보일러 ⓒ귀뚜라미

    ◇ 양강구도-콘덴싱 전환

    업계는 올해 콘덴싱 보일러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 주도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 환경개선에 대한 특별법'이 시행되며, 4월부터 친환경 보일러 설치 의무화 지역 범위가 넓혀졌고 동시에 35만대의 콘덴싱 보일러 설치 지원 사업을 진행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30만대 목표치 중 19%에 해당하는 5만7000대 밖에 지원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친환경 보일러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 한 대당 20만원(저소득층 5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 총 35만대를 지원을 목표했다. 

    지난해보다 40% 늘은 보급 규모지만 12월 한 달 여를 남겨 놓고 소진을 목전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기준으로 서울시는 목표한 12만5000대 중 10만7301대를 지원했다. 인천은 1만5000대 중 약 1만4000대를, 경기도는 12만대에서 약 7만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덴싱 보일러 사업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기업은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이다.

    귀뚜라미는 콘덴싱 보일러 판매 비중이 80% 육박할 정도로 수혜를 입고 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지난해는 전체 보일러 매출에서 콘덴싱 보일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정도였으나 올해는 80%에 육박하고 있다"며 "환경보일러 라인업을 확대하며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귀뚜라미는 가정용 콘덴싱 보일러 외에도 환경보일러 여러 대를 연결해 대용량의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캐스케이드 시스템으로 중대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캐스케이드 시스템은 4~5만kcal 용량의 온수기와 난방용 보일러를 병렬로 연결해 온수와 난방을 공급한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상업 및 주거시설과 수영장, 급식시설 등 대용량 산업용 보일러 시장에서도 콘덴싱 보일러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동나비엔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 러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잠정)이 지난해 동기 대비 148.3% 증가한 228억원, 같은 기간 매출액은 2103억원으로 전년보다 15.5% 올랐다.

    경동나비엔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력인 해외사업에서 선방했다고 밝혔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주력 시장인 북미에서 콘덴싱 보일러와 온수기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라며 "국내는 4월 친환경 보일러 설치 의무화 이후 콘덴싱 보일러 판매 비중이 40%에서 70~80%대로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보일러업계는 경쟁 다자구도에서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 등 톱2 업체를 필두로 과점 구도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덴싱 보일러 시장 선두엔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이 독보적"이라며 "린나이와 대성쎌틱스도 경쟁에 가세했지만 린나이는 불매운동의 여파가 존재하고, 대성쎌틱스는 앞선 두 업체에 비해 존재감이 미비하다"며 양강 체제가 굳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