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유증, 우리가 우선 참여하겠다"국제선 점유율 75%… 국내외 결합 심사 불투명5조 넘게 세금 수혈… 아시아나 노조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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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결의했지만, 실제 성사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KCGI를 비롯한 3자연합 반대, 독과점 및 혈세 투입 논란, 아시아나 노조의 반발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6일 오전 7시30분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를 정상화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도 이날 오전 이사회를 통해 아시아나 인수를 결의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밑그림이 그려졌지만, 완성까지는 여러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우선 3자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KCGI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를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5일에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3자연합은 “산업은행의 한진칼 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며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되는데, 부채비율 108%에 불과한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이 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하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3자배정 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3자연합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3자연합은 한진칼 지분 약 46%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한진칼 의사결정에 있어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향후 한진칼 또는 산업은행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독과점 논란도 피할 수 없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국내선 점유율은 50%, 국제선 점유율은 7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국내외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시장에서 독점 및 지배적인 사업자가 탄생해 가격이 올라간다고 판단할 경우 합병을 불허할 수 있다.

    다만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경쟁 제한성이나 기업결합 허용보다는 피인수기업이 회생불가능한지 여부가 관건이다.

    실제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할 때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스타를 자체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으로 판단해 '결합제한 예외'를 적용해 승인해줬다.

    당시 공정위는 “항공업 어려움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히 심사를 진행했다”면서 “심사결과 이스타가 법에서 규정한 회생 불가능 회사로 판단, 결합제한 예외 건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정위가 이같은 기준으로 기업결합을 허용하더라도 해외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HDC와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심사도 6개월 정도 소요됐다. 지난 1월부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터키,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인수 선행조건 중 일부인 기업결합승인 심사가 진행됐고, 7월에야 마무리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경쟁국에서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반발이 심할 것으로 점쳐진다.

    혈세투입 논란도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다.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대한항공도 올해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다. 1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번에 산은이 한진칼 유상증자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것도 사실상 아시아나에 우회 지원하는 것으로 민간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할 경우 인적·물적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반발도 예상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복 및 비효율적인 노선에 대한 구조조정이 우려된다. 때문에 아시아나 임직원들은 벌써부터 고용불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까지 노조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향후 반대 입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미 양사 임직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양사가 합쳐지면 순환휴직 규모도 더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