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팔리 포드 CEO, 취임 한 달 만에 '자체 생산' 의지 드러내'화재 사고-공급 부족-비용' 등 불편한 관계 끝내고 독립 가능성 커져완성차 업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관계"
  • ▲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얼티엄 배터리 ⓒGM
    ▲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얼티엄 배터리 ⓒGM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독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잇따른 화재 사고로 관계가 복잡 미묘한 시점에서 자체 생산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로이터에 “배터리 셀 직접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포드가 직접 나서서 배터리를 만들고, 공급 업체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추진한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 부딪치며 불확실성이 여전한 불편한 관계를 청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요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로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배터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팔리 CEO는 짐 해킷 전(前) CEO가 ‘자체 생산은 큰 이점이 없다’라고 가능성을 일축한 것을 뒤집었다.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내놓은 입장인 만큼 배터리 직접 생산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팔리 CEO는 또 자체적인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면 전기차 체제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의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는 2022년까지 총 16개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배터리 자체 생산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9월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2022년부터 배터리를 여러 공장에서 자체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뿐 아니라 생산 비용을 낮추고 3년 뒤 2만5000달러(약 2900만원)짜리 전기차를 생산해 보급할 것이란 계획을 내놨다.

    GM은 LG화학과 1조원씩 출자해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웠고, 얼티엄 배터리 제작을 준비 중이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전용 공장을 짓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드와 테슬라, 아우디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이른바 ‘K-배터리’는 의존도가 낮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기존 핵심 사업 성장동력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배터리데이 시사점에 대해 “테슬라가 최대 40%에 이르는 내재화 비율을 설정한 것은 배터리 업체에게 부담”이라며 “2~3년가량 남은 이슈지만 보수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져야 할 관계”라며 “관련 기술과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급 부족에 대한 분명한 ‘갈등 요소’가 있다”면서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받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설계, 품질 확보, 안전성 평가 등을 담당할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독립 의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앞세워 후발 주자에서 치고 나가야 하는 만큼 배터리 확보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다른 관계자는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 관계가 동맹에서 적으로 변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