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보 대비 자기조절능력 5배 높아
  • ▲ 좌측부터 권준수 교수_김택용 연구원. ⓒ서울대병원
    ▲ 좌측부터 권준수 교수_김택용 연구원. ⓒ서울대병원
    진보와 보수. 각기 다른 성향은 정치뿐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 문화 등 많은 면에서 대립되는 의견을 보인다. 과연 무엇이 이런 생각의 차이를 낳게 했을까. 국내 연구자들이 뇌과학의 영역에서 이 둘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17일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권준수 연구팀(장대익, 이상훈, 김택완)이 정치성향에 따른 뇌 연결망 차이를 최초로 발견해 SCI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 최신호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06명의 성인을 정치성향 척도로 설문조사해 보수, 중도, 진보성향 그룹으로 평가한 후, 각각의 뇌 기능 네트워크를 살펴봤다. 연구 결과 심리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뇌 영역들 사이의 신호전달 체계가 정치성향에 따라 달랐다. 

    뇌는 여러 신경망과의 다양한 연결을 통해 주변의 어려움에 적응하는 기능을 갖는다. 보수성향의 사람들은 자기조절능력이나 회복탄력성과 관련이 있는 뇌 기능적 연결성이 진보보다 약 5배 높게 나타났다. 

    즉, 보수성향의 뇌는 심리적 안정성이 진보성향의 사람보다 높은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진보와 보수성향의 사람들은 정치적 쟁점에 대해 대립되는 의견을 보인다. 진보는 사회적 평등과 같은 ‘공평성’을 중시하는 반면, 보수는 경제적 안정과 안보와 같은 ‘조직의 안정성’에 더욱 무게를 둔다. 

    국제 연구들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성향의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사회 문제를 받아들이는 심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모호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보수는 위험한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고됐다. 

    뇌과학의 발전으로 뇌 영상 기술을 통해 사람의 심리 기전을 뇌의 변화를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정치 심리의 뇌과학으로 최근 등장한 신경정치학 연구는 정치성향과 관련한 핵심 뇌 영역들을 보고했다. 

    영국 엑서터대학교와 미국 UCSD 연구팀에서 미국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보수인 공화당원들에서 위험이 동반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편도(amygdala)가 과활성화되고 섬피질(insula) 활성도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위험자극에 보수가 더 민감하게 뇌가 반응한다는 의미다. 
  • ▲ ⓒ서울대병원
    ▲ ⓒ서울대병원
    권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는 이러한 연구에서 나아가 휴지기 상태의 뇌에서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관찰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망 또한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김택완 연구원(서울대 뇌인지과학과, 1저자)은 “정치적 성향에 따른 ‘생각의 기반’이 다름을 안다면 다른 성향의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권준수 교수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뇌기능의 차이가 생겨난 것인지, 뇌기능 차이로 인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뇌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