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 대표 지낸 구본준 고문 의지 반영OLED 구동칩 공급 성장가도… 연 매출 1조 목전LG신설지주 "기업가치 재평가받아 성장 가속화"
  • ▲ 구본준 ㈜LG 고문. ⓒLG
    ▲ 구본준 ㈜LG 고문. ⓒLG
    실리콘웍스가 LG그룹을 떠나 구본준 고문을 중심으로 설립되는 신규 지주회사로 편입한다. 과거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넘긴 아픔이 있던 LG는 다시 그룹 내 유일 반도체 계열사를 떼내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중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LG신설지주가 이들 4개 회사를 자회사로, LG상사 산하의 판토스 등을 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다. 분할기일은 내년 5월1일이다.

    ㈜LG신설지주는 구본준 LG 고문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사실상 LG그룹의 계열분리가 완성된 셈이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신설 지주회사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각각의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사업을 영위하는 실리콘웍스는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옴디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반도체 업체 순위에서 60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업체 기준으로는 톱 3를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LG가 지난 2014년 인수한 회사로, 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다. 앞서 LG반도체와 실트론 등 반도체 계열사들을 있다라 매각하면서 실리콘웍스를 반도체 전초기지로 육성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LG그룹을 떠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LG반도체 대표를 지냈던 구본무 고문이 과거 아픔을 씻기 위해 실리콘웍스를 가져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려는 구 고문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팹리스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실리콘웍스는 올 들어 LG 계열사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 확장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매출은 3672억원으로, 전년 동기 2497억원 대비 47.0%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3분기 누적 매출은 7989억원에 육박해 연 매출 1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핵심부품인 패널구동 IC(System IC)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LG디스플레이가 수익성 높은 OLED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실적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의 북미 고객사 신제품 OLED 패널 공급사 진입에 따른 DDI 낙수 효과 급증하며 OLED 모바일 칩 매출이 증가했고, OLED TV 부문 역시 TV 수요 회복 및 LG디스플레이 광저우 라인 가동 정상화로 매출이 늘었다"며 "LCD TV 부문의 경우 글로벌 TV 강세로 인해 LG디스플레이와 중화권 고객사 물량 모두 증가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OLED 출하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실리콘웍스의 향후 전망도 밝다.

    한편, 신설 지주회사는 실리콘웍스를 비롯한 기업들을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회사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성장을 가속화 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신사업 및 M&A 기회를 모색하고, 기업공개(IPO) 등 외부 자본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