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의무 조항‧청약철회 정당한 사유' 애매한 표현에 은행권 당혹 금융사 vs 금융소비자 간 불필요한 분쟁 늘어날 수도…부작용 우려 판매금액에 징벌적 과징금 과해…내달 7일까지 금융위에 건의안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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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국회에서 10년째 표류했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급물살을 타면서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권은 은행, 보험, 카드 등 업권별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금소법의 일부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징벌로 인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간 분쟁만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권별로 준비상황과 어떤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은행들은 자체 태스크포스(TF)뿐만 아니라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공동 TF를 구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할 금소법에 대한 건의안을 작성중이다. 금소법은 12월 7일까지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은행별로 보면 소비자보호 기능을 담당하던 부서를 겸직체제에서 독립시키거나 확대하는 등 기능 강화에 나섰다.

    금소법은 주요 판매원칙을 위반한 금융사에 수입(판매금액)의 50%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사들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적합성·적정성 원칙확인,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6대 판매원칙을 지켜야 한다.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거나 부당 권유를 했을 경우 소비자는 해당 금융상품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 설명 의무 모호해…책임은 은행이 떠앉는다 

    은행권에서는 금소법안 중 설명의무에 대한 모호성으로 인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정안은 ▲펀드 등을 제조업자(자산운용사)가 아닌 직판업자(은행, 증권사 등)가 판매하는 경우 상품설명서를 직판업자가 작성 ▲판매업자에게 ‘상품숙지의무’가 도입돼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권유하는 행위 금지 ▲금융상품 권유 시 소비자에게 핵심설명서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과 ‘핵심설명서’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또 신설된 청약철회권은 대출이나 보험, 펀드 등 투자상품의 청약을 일정 기간 내 철회할 수 있는 제도인데 은행이 정당한 사유 없이 철회를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해 남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설명의무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이 은행에 쏠리게 될 것”이라며 “은행들은 상품설명 책임에 따라 창구에서 설명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를 대비한 상품설명 전담팀을 꾸려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은행들은 설명의무 분쟁 등을 대비해 판매 전 과정에 대한 녹취 등 증거수집을 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른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이 입법예고 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정안ⓒ금융위
    ▲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제정안ⓒ금융위
    ◆ 징벌적 과징금 최대 50%…리스크 부담

    특히 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권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새로 도입될 징벌적 과징금의 부과기준이다. 금소법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금소법을 위반하면 보험이나 대출, 투자액 등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50%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예컨대 은행이 투자상품을 1000억원 어치 팔았는데 불완전판매 사고가 날 경우 해당 은행에 최대 500억원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은행은 1000억원 어치의 상품을 팔아 가져가는 판매 수수료가 통상 1%안팎(10억원)인데 10억원을 벌기 위해 500억원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상품 판매시 설명의무가 미흡하거나 부당 권유행위로 인해 거래금액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하다”며 “최근 펀드판매가 많이 위축해 있는 상황에서 창구직원의 고객 펀드 권유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소비자 가입도 제한될 수 있어 소비자보호 취지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