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설계사 월급 180만원 수준인데, 과태료는 수천만원…'신용불량자' 주범 다분5년 이내 위법계약 해지…보장담보만 취하는 꼼수 논란도…블랙컨슈머 양산 우려전문가 "금융당국, 펜스 시터(fence sitter) 역할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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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국회에서 10년째 표류했던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급물살을 타면서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권은 은행, 보험, 카드 등 업권별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금소법의 일부 모호한 규정과 과도한 징벌로 인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간 분쟁만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업권별로 준비상황과 어떤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보험업계도 내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생명보험·손해보험 협회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관련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기적인 회의를 진행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유선이나 서면 등으로 관련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의견이 정리되는대로 의견서를 금융당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법인보험대리점(GA)의 과태료·위법계약 해지의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관련 법 시행으로 GA소속 설계사들의 영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GA 과태료 10배 상향…설계사, '신용불량자' 되나?

    보험업계는 법인보험대리점·설계사들의 과태료 기준 상향이 가장 두렵다는 분위기다. 

    금소법 시행령을 보면, 법인보험대리점·소속설계사 및 개인보험대리점에 대한 과태료 개별 기준이 기존 보험업법령 대비 10배 이상 대폭 상향됐다.

    현행 설명의무를 위반한 보험사 법인과 보험설계사에게 각각 700만원, 3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으나, 앞으론 10배 수준인 7000만원과 3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법인보험대리점 10개사의 2020년 보험모집행위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기관당 평균 3431만원(140만원~836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금소법령의 과태료 기준을 적용해 추정·산출할 경우 기관당 평균 3억 4313만원에 이르게된다.

    일각에선 법인보험대리점 소속설계사의 평균 연간소득이 2211만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해당 과태료 수준은 불완전판매 1건만으로도 신용불량자를 양산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소법은 법인보험대리점 소속설계사가 설명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 법인보험대리점에게도 관리책임을 물어 '이중제재' 논란도 일고 있다. 

    이로 인해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일반 보험회사 소속 설계사와 달리 법인보험대리점의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할 여지도 존재한다. 보험설계사 차별 논란도 야기된다.

  • ▲ 설명의무위반에 따른 과태료 개별기준 ⓒ 뉴데일리DB
    ▲ 설명의무위반에 따른 과태료 개별기준 ⓒ 뉴데일리DB

    ◆5년 이내 위법계약 해지…블랙컨슈머 양산 우려도

    이뿐만이 아니다. 금소법은 설명의무 등을 위반한 계약에 대해 소비자가 최대 5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악용한 블랙컨슈머 양산도 우려하고 있다.

    5년동안 보장담보 이득만 취하고,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하는 등 불건전소비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험은 불완전판매 방지를 통한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불건전한 일부 소비자의 새로운 일탈을 방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설계사가 이직하는 경우 승환계약을 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때 품질보증해지 제도를 악용하는 등 불건전행위가 다수 이뤄지고 있다"며 "승환계약 등의 형태로 관련 법이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며, 5년이라는 기간으로 인해 보다 많은 계약이 새로운 불건전행위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자 선택권 제고를 위한 보험대리점 순기능이 제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보험업법 제97조(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제2항 제2호의 예외조항에 의거, 설계사는 다양한 보험상품의 비교·설명을 통해 최적의 보험상품을 권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보험업법을 금소법으로 이관하면서 보험대리점이 보험 상품을 비교·설명할 수 있는 관련 근거조항이 예외조항에서 누락됐다. 소비자의 선택권 제고를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금융당국, 펜스 시터(fence sitter) 역할 충실해야"

    전문가들 역시 금소법 시행에 따른 보험업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해당 법이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또한 그들을 보호하는 법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보험설계사를 통해 상품과 관련된 설명을 충분히 요구할 수 있고, 보험 가입을 신청할 정도의 소비자라면 금융 상식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설계사에 따른 불리한 보험을 들리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법으로 현실을 과장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중립적인 '펜스 시터(fence sitter)' 역할을 통해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그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업계의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한창희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그동안 업계의 과태료 수준이 지나치게 솜방망이 처벌에 가깝다는 우려도 존재했다. 이번 금소법 도입으로 관련 업계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물론 약자인 GA 설계사를 중심으로 과태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이 안되는 것은 아니나, 금융업체들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진 현재, 보험회사들의 위법 행위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