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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말 본격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이후 서울에서 '공급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묻지마 청약'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값은 오르는데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인식이 퍼진데다 새 아파트 공급이 끊기면서 경쟁률이 더욱 치솟고 있는 것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일 진행된 서울 송파구 위례지구 A1-5·12블록 1순위 청약접수 결과, 2개 단지 290가구 모집에 총 7만8430명이 신청해 평균 27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주일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는 1170가구 모집에 2만9862명이 몰려 평균 2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2개 단지에만 총 10만8292명이 청약에 나선 것이다.
특히 두단지 모두 당첨자 발표일이 같아 중복 지원이 불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경쟁률이다. 특히 2개 단지 모든 평형대가 전용 60㎡를 넘어 소득과 자산 제한을 별도로 두지 않았던 게 청약통장이 몰린 이유로 꼽힌다.
앞서 지난 9일 서울 강북구 '북한산 스카이뷰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는 35가구 모집에 2261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당초 지난 10월 55가구를 모집할 당시 2000여명이 몰렸었는데 무순위 청약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린 셈이다.
분양조건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 전체 가구수의 절반이상이 무순위청약으로 나왔다. 지난달 서울에서 분양된 유일한 민간 분양단지로 '묻지마 청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최고 수천대 1의 경쟁률까지 치솟았던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 과천 르센토 데시앙)에는 1순위에만 1586가구 모집에 56만9438이 신청했다. 45만명이 신청하면서 역대 최고였던 2006년 판교신도시 기록을 깼다.
3개 단지에 동시청약이 가능해졌고 가점을 따지지 않고 추첨으로 뽑는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소득요건이 완화됐다. 가점이 있는 무주택자들은 모두 청약전쟁에 참전했고 추첨으로 뽑는 특별공급과 중대형 주택형에도 '묻지마청약'이 잇따랐다.
이처럼 묻지마청약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재건축이나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지들이 사업에 차질을 빚자 공급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월별 분양물량을 살펴보면 지난 8월 1660가구 규모였던 민간택지 분양물량은 9월 들어 99가구, 10월 72가구, 11월 55가구 등으로 매달 분양물량이 급감했다. 이달 역시 최근 입주자 모집 공고를 마친 '망우역신원아침도시(99가구)'만 공급을 앞두고 있다.
결국 공급물량은 줄어드는데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고 청약조건을 완화하면서 너도나도 청약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규제 일변도 수요억제 정책으로 시장에 내성이 생겼고 풍선효과 확산 부작용도 크다"며 "거주지역과 상관없이 '로또아파트'만 찾아 청약하는 묻지마청약으로 변질되고 말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