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코로나19 확산, 소비심리 위축 '보릿고개' 우려펜트업 수요 증가 견인, 삼성-LG 가전사업 최대 실적스마트폰, 5G-폼팩터 다양화 등 소비자 니즈 파고들기 성공길어지는 코로나 시국, '전략적 대응' 나서는 전자업계
  • ▲ 삼성전자 비스포크 가전 라인업 ⓒ삼성전자
    ▲ 삼성전자 비스포크 가전 라인업 ⓒ삼성전자
    올해 전자업계에서 특히 가전과 스마트폰은 사상 최대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했던 한 해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연초에만 해도 소비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최고조였지만 불과 몇 개월만에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 수요가 먼저 움직였다. 이른바 '집콕' 수요와 미뤘던 소비를 해치우는 '펜트업(pent-up)' 수요가 삼성과 LG 가전 실적을 이끌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던 때만해도 가전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중국 등 해외 생산거점이 셧다운되며 위기가 눈 앞에 닥치는 듯 하더니 이내 미국과 유럽 등 가전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며 판매 매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지경에 달했다. 부피가 크고 가격이 높은 가전제품의 특성 상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판매가 주를 이뤘던 탓에 공장과 매장의 셧다운은 가전업계에 큰 충격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다행히 2분기 들어서는 생산이 거의 재개되고 주요 오프라인 매장도 속속 다시 문을 열며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요가 되살아날지가 관건이었는데 의외의 상황이 가전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을 줄이고 집안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며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재택근무를 하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늘면서 1분기 주춤했던 가전 수요가 2분기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이른바 '집콕 수요', '펜트업 수요'로 칭한다. 새로운 가전을 들이거나 기존 가전을 교체하는 수요가 쏟아졌다. 특히 프리미엄 가전이나 대형TV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과거보다 가전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의 예산도 달라졌다.

    덕분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사업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최대 수혜를 봤다. 가전사업 비중이 큰 LG전자의 경우 이미 올 2분기부터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기록을 이어왔고 지난 3분기에는 거의 1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9590억 원)으로 가전업계를 평정했다. 더불어 10.9%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가전업계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도 올해 가전사업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오랜만에 승진 잔치를 벌였다. 이달 초 있었던 2021년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에서 가전부문(CE) 출신 사장 승진자를 배출하는 한편 '비스포크'라는 맞춤형 가전 브랜드가 시장에서 완전하게 자리잡아 삼성 가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실적 측면으로도 반도체나 모바일 부문에 비해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기존 평가를 뒤엎고 주요한 실적 효자로 거듭났다.
  • ▲ 삼성전자와 LG전자 5G폰 ⓒ각사 제공
    ▲ 삼성전자와 LG전자 5G폰 ⓒ각사 제공
    스마트폰도 올해 의외의 선전을 보여준 분야 중 한 곳이다. 이미 최근 몇 해 동안 성장 침체기를 겪어온데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치면서 연초만 해도 스마트폰업계에는 우울한 전망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상반기까지는 이어지는 추세였다. 삼성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언팩을 개최해 '갤럭시S20' 시리즈를 선보이며 상반기 스마트폰 수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를 나타내며 스마트폰업계 전반이 위기감에 휩싸였다.

    실제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보다 11% 줄어든 12억 6000만 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수요가 저조했던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고 SA는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은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 상당부분을 접게 된 것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이었다.

    반면 삼성과 LG 스마트폰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어려운 스마트폰 시장 속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의 경우 하반기 내놓은 다양한 형태의 폴더블폰과 5G폰으로 스마트폰 시장 기술력을 선도하는 동시에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지난 3분기에는 분기 출하량 8800만 대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최대 판매 실적을 올릴 정도였다. 덕분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의 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증가해 4조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회복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22분기 연속 적자인 상황에서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적자폭을 줄이는데 성공하면서 내년 이후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였다는 분석이다.

    적자 상황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LG전자는 올해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타깃층을 형성하고 신제품을 내놓는 한편 폼팩터 혁신의 일환으로 '스위블폰'을 처음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내년에도 코로나19가 이어질 확률이 높은 상황이지만 올해 같은 가전, 스마트폰업계 호황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여 올해보다 내년 불확실성이 더 높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언택트 소비에 대한 제조사들의 대응력이 높아지고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 전략에도 탄력이 붙으면서 올해보다 전략적으로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대비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