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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은 환자가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청구되는 병원비 중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없는 환자본인 부담금의 의료비를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민간 보험사가 취급하는 지원 상품으로, 정부 입장에선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커버해주는 고마운 국민복지 상품이다. 현재 국민의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며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최근 실손보험 제도 자체가 붕괴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사들의 실손적자폭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시장 추이에 맞춰 20%대 보험료 인상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가 보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 민간기업에 대한 시장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사 손실액 상승은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전이돼, 일각에선 실손보험 상품 가격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손실액 2조5000억원 넘어서나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로 조사됐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걷은 보험료로 나눈 값의 비율이다.
손해율이 130%면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가입자에게 130원을 줬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상품을 팔수록 30원의 손해가 지속 쌓인다는 의미다.
이로인해 지난해 3분기까지 손해보험사들의 누적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 738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조 5921억원)대비 9.2%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대였던 2019년 손실액(2조 4313억원)을 2020년에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는 내년도 실손 보험료 인상률을 평균 21%로 요구했다. 적자폭 개선을 위해 20%대 인상률이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평균 인상률 10%대로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는 2009년 이전에 판매된 구실손보험의 보험료를 15~17%,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를 10~12%, 2017년 이후 도입된 신실손보험(착한 실손)은 동결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을 업계에 비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평균 인상률 10∼11%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보험사 손해율 등을 개선하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소비자 선택사항인 만큼 보험사 적자폭 개선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4세대 실손보험은 일부 이용자의 과다 의료이용 등을 개선하기 위해 보험료 차등화를 골자로한 상품이다. 도수치료, 주사 등으로 대표되는 비급여 진료로 보험금을 많이 받았다면 보험료를 할증한다. 반대로 비급여 보험금을 청구한 적이 없거나 적게 탔다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또 자기부담금을 약 10% 높이고 재가입 주기를 기존 15년에서 5년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가입 제한 확대…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
소비자들은 실손보험료가 당장에 20%대까지 오르지 않음을 다행스럽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론 정부의 이같은 시장개입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본인들이 피해를 입을까 노심초사다.
현재 국가서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을 일부 국민에게 지원해 주고 있지만, 이는 결국 재정건전성을 위한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실제 적자폭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판매를 접고 있는 추세다. 기존 실손보험 판매사 30여개사 중 11곳이 더이상 실손보험 판매를 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 상승에 가입심사를 강화하는 등 실손보험 가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보험사에선 방문진단심사에 혈액검사 등 일부 검사를 추가하거나, 손해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고객층은 사측 의료진의 건강 검사를 통해 이상유무 판단 후 가입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사실상 신규 가입 제한이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은 지점과 플래너를 대상으로 계약심사 강화 등 관리에 들어가고 있는 보험사도 있다"며 "손해율이 높은 과거 실손보험 상품을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 실손보험(2017년 4월 이후)으로 계약 전환을 유도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4세대 실손보험 연착륙 후 상품 가격, 시장 자율에 맡겨야"
이에 전문가들은 일단 금융당국이 오는 7월 4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선언한 만큼, 관련 정책의 연착륙 후 시장 자율성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업계에서 보험사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상품 및 보장구조를 다양화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그러나 비급여 과잉진료를 바로 잡고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방안을 도입 후 시장 안정세를 찾는게 선결되야 한다. 그때 보험사 자율에 가격을 맡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보험사 임원은 "4세대 실손보험 도입 후 시장의 원리대로 가격이 정해지는 논의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시장 개입은 보험사가 새로운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창의적 수익 모델 창출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 박사이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은 비정상적 과잉진료 등 보험쇼핑을 통해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부분을 조기에 차단해 일반 계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제도적 보완대책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