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살균제 성분과 폐질환 인과관계 증명 안 돼”유죄 선고된 옥시 제품 성분과 다른 것으로 판단피해자 측 “무죄 받아들일 수 없어”...항소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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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 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해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이날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의 폐질환, 천식 발생 혹은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2년 여간 심리한 결과 유죄가 선고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와는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이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며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 사법의 근본 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앞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은 CMIT·MIT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SK케미칼은 흡입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인 CMIT와 MIT로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했고, 애경산업은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양사는 2002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계약을 맺고 가습기 살균제의 원조격인 ‘가습기 메이트’를 전국 매장에 유통했다.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당시 각사 대표였던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를 상대로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가습기 메이트’와 관련해 피해를 호소한 이들은 830여 명으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PHMG를 사용한 옥시 등은 지난 2016년 기소돼 3년 뒤 유죄가 확정됐으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전체 피해자 수는 3000여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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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재판 끝에 '무죄'..."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유해성 증명하기 어려워"40여 차례에 걸친 재판 끝에 내려진 이번 판결의 핵심은 재판부가 앞서 유죄 확정을 받았던 옥시 등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번 사건 제품에 사용된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이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고 판단한 점이다.이날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의 흡입독성시험 ▲원인미상 폐질환 역학조사 ▲입자발생시험 등을 토대로 지난 2014년 발간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백서를 판결 근거로 삼았다.각종 실험을 통해 PHMG과 PGH는 명백하게 인체에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온 반면 CMIT와 MIT는 폐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 측은 “모든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결과”라고 항소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