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사 합산 1천억대 적자… 연간손실 59조 육박정제마진, 46주 이상 손익분기점 하회… 신용등급도 '뚝'백신 접종 본격화 하반기 이후 '수요 회복-업황 반등' 기대
  •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정유4사가 지난해 4분기에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또 다시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평가이익이 반영된 3분기 흑자가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맞아떨어졌다. 정제마진 부진은 지속됐으며 국제유가의 극적인 반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된 하반기 이후 수송용을 비롯한 석유제품 수요 회복으로 정유업계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모두 마이너스(-) 106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2941억원 흑자에서 재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3분기 21조원에 비해 매출액(22조원)은 4.92% 증가했지만, 정제마진 부진이 이어지면서 영업손실을 면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제마진은 지난해 2월2주 4.0달러 이후 12월5주 1.8달러까지 46주 동안 손익분기점을 넘긴 적이 없다. 1년 가까이 손해를 보면서 판 셈이다. 업계 최저 손익분기점이 4달러임을 감안할 때 실제 이익을 남겼을 수준은 2019년 10월2주 5.8달러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기업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19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분기(-289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4개 분기 연속 적자다. 3분기 누계 손실 2조2438억원에 더해 연간 2조4420억원의 영업적자 기록할 전망이다.

    앞서 3분기에는 큰 폭의 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 약 3000억원이 반영됐으나, 4분기 들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제한적인 유가 상승폭으로 인해 정제마진 부진 지속 및 재고평가이익 감소로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석유화학 부문은 올레핀, 폴리머 부문 스프레드 확대에도 PX(파라자일렌) 과잉공급 지속 및 40일간의 NCC(나프타분해설비) 및 올레핀 설비 정기보수로 인해 외형 및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배터리 부문도 증설 설비 가동률 증가에 따른 외형 성장에도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적자 폭이 늘어날 전망이다.

    재고평가이익에 힘입어 3분기 2971억원의 흑자를 냈던 GS칼텍스도 4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현대차증권은 GS칼텍스가 4분기에 6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정제마진이 낮아 정유 부문은 다시 적자전환할 것"이라며 "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이 분전했지만, 정유 부문의 손실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에쓰오일은 화학 부문에서의 큰 폭의 이익 개선과 함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정유 부문은 재고평가이익이 소멸되면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아시아 지역 화학 시황 강세로 PP(폴리프로필렌)·PO(산화프로필렌)를 중심으로 손익 개선이 전망된다. 또 태풍 영향으로 분기 석유화학복합설비(ODC)의 가동 중단 영향이 소멸되면서 가파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윤활유 부문도 전방 수요 회복 지속으로 견조한 수익성이 예상된다.

    현대오일뱅크는 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업계에서 유일하게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4분기에 7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 4분기 1090억원에 비해 31.2% 줄어든 수준이지만, 전분기 132억원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4년 산유국 증산 경쟁으로 촉발된 대규모 적자 때보다 더 심각했다"며 "팬데믹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연말까지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 ▲ 주유. ⓒ정상윤 기자
    ▲ 주유. ⓒ정상윤 기자
    상황이 이렇자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신용등급에 칼을 댔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을 강등(AA+→AA)시켰으며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안정적→부정적)했다. 한신평은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낮췄다.

    송미경 나이스신평 실장은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영업실적 회복도 지연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재무 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중기적으로 재무안정성 수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업황도 비우호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되는 상저하고 업황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출시와 보급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각국의 충분한 백신 확보 및 접종, 이동 및 소비 심리 회복으로 인한 뚜렷한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글로벌 원유 재고 증가 등을 감안하면 상반기까지는 뚜렷한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제활동이 회복되고 석유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경제활동의 정상화는 석유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운송용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1월 석유시장보고서에서 2020년 원유 수요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대비 9.2% 감소한 하루 9130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이에 반해 2021년 원유 수요는 9710만배럴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백신 개발 및 접종, 주요국의 경제활동 확대 노력으로 2020년에 비해 6.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지난해 석유수요는 9290만배럴로 전년대비 8.5% 감소하고, 올해 석유수요는 9880만배럴로 지난해보다 6.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 수요 정상화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경기 반등에 따른 디젤 수요와 백신 보급 및 이동 심리 개선으로 제트유 마진이 개선돼 업황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에는 점진적인 수요 회복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유가 상승과 재고평가이익 반영 등이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업황 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정유4사의 4분기 실적 발표는 29일 SK이노베이션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이달 내 발표할 전망이며 GS칼텍스(GS)와 현대오일뱅크(현대중공업지주)는 설 연휴 이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