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美 수소업체 플러그파워에 1.6조 투자LNG밸류체인 구축 경험-그룹 자회사 협업 통해 역량 제고재무안전성에 부담 가중… 신용평가업계 잇따라 등급 '강등'
  • ▲ 플러그파워의 수소저장탱크. ⓒSK
    ▲ 플러그파워의 수소저장탱크. ⓒSK
    SK E&S가 지주사인 SK㈜와 함께 미국 수소업체 플러그파워(Plug Power)에 투자했다. LNG 밸류체인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이 미래먹거리로 점찍고 있는 수소사업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등급을 강등시키는 등 SK E&S의 공격적 투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미 LNG 관련 투자 지속으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된 만큼 이번 투자로 차입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와 SK E&S는 업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는 SK와 SK E&S가 각각 8000억원을 출자해 약 1조6000억원을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SK그룹은 신재생에너지로 부각되는 수소사업에서 생산, 유통, 공급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통합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3년 3만t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28만t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실제 수소사업은 최태원 SK 회장이 반도체·바이오에 이어 2차전지인 배터리와 함께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아들 인근씨가 SK E&S 전략기획팀으로 입사한 점 역시 수소사업에 적지 않은 힘을 싣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로 SK그룹은 수소사업에서 밸류체인 역량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러그파워는 수소사업 밸류체인에서 차량용 연료전지(PEMFC), 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의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경우 당장 상용차 중심으로 성장하는 수소트럭 시장 공략에 쓰일 수 있다. 액화수소플랜트 건설 기술은 수소의 액화기술 등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SK E&S의 역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여년간 LNG 밸류체인을 성공적으로 통합한 만큼 LNG와 사업구조가 유사한 수소사업에서도 밸류체인 통합을 통해 국내 수소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SK E&S는 도시가스사업으로 시작된 회사다. 한국가스공사에서 LNG를 구매해 산하에 지역별 8개 자회사를 통해 민간에 공급한다.

    SK E&S는 도시가스사업의 경우 지역별 과점 시장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발전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나아가 직도입까지 한다. 해외 가스전 개발에 나선 것은 LNG 밸류체인 구축의 화룡점정이다. 국내에서 LNG터미널과 자체 가스전을 보유한 곳은 SK E&S가 유일하다.

    SK E&S가 그룹의 수소밸류체인에서 맡게 될 핵심은 액화기술이다. 상용차 중심의 수소충전소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수소연료 유통, 판매를 위해서도 액화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SK 관계자는 "SK E&S는 액화기술을 보유하고 실제 수소사업을 맡게 될 그룹 핵심 계열사로, 절반의 출자를 했다"고 설명했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들과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SK가스는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를 통해 매년 3만t의 부생수소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울산 PDH공장의 프로필렌 생산 공정의 부산물로 부생수소가 만들어진다. 전국에 있는 SK가스의 LPG충전소는 수소충전소로 확장도 예고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전국 3000여개 주유소뿐만 아니라 화물차 휴게소인 '내트럭하우스'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수요연료 판매의 거점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 또 다른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액화해 유통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맡게 된다.
  • ▲ 플러그파워 지분 인수 개요. @한국신용평가
    ▲ 플러그파워 지분 인수 개요. @한국신용평가
    문제는 공격적 투자로 재무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보유자산 매각 등으로 단기 대응에 나서더라도 수소사업이 자리 잡기까지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도 SK E&S의 이번 투자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전력수요 감소, 국제유가 하락 등 비우호적 사업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확대와 대규모 배당 등으로 현금흐름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SK E&S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Baa3'는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그 아래는 투기등급에 해당한다.

    무디스는 "대규모 배당금 지급과 차입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투자 등 공격적인 재무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차입금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하향 조정은 공격적 재무정책으로 재무지표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당금 지급과 설비투자를 위해 계속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경우 신용등급을 추가로 내리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에 이어 한국기업평가도 국내 신용평가사 중 처음으로 SK E&S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미 차입 부담이 높은데다 이번 지분 투자로 차입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면서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SK E&S의 3분기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20.3%p 악화된 158%로 2년 연속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82.8%에서 94.4%로 11.6%p 높아졌다.

    차입금을 비롯한 부채 규모가 불어나면서다. 부채 규모는 6조6991억원으로, 3분기 기준 직전 5년 평균 4조7872억원에 비해 39.9%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차입금 규모는 3조1722억원에서 3조9798억원으로 25.4% 늘어났다.

    반면 유동비율은 전년대비 17.4%p 높아진 86.1%로 2년 연속 악화했다. 특히 단기차입금 비중이 직전 5년 평균 16.8%에서 33.6%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2019년 말 착공된 여주 LNG발전소 투자가 2022년까지 예정돼 있는 가운데 △호주 가스전 △LNG 수송 선박 도입 △중국 LNG터미널 △미국 가정용 에너지솔루션 사업 등 LNG사업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다 SK그룹의 전략적 투자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019년 6715억원, 2020년 1조2348억원 등 고배당 정책이 유지되면서 현금흐름 적자 폭이 확대됐다. SK E&S는 대표적인 고배당 기업으로, SK그룹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권기혁 한신평 실장은 "유가 하락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이 축소된 반면 LNG 사업 관련 투자가 지속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관련 투자 역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신용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은 지난달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와 관련, SK E&S 측은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친환경·ESG를 기치를 내걸고 사업 구조의 근간을 바꾸고 있는 시점"이라며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도 친환경 중심으로 급격히 바뀌면서 당사도 관련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장성이 큰 안정적인 투자처에 자금을 유입해 캐시 플로우와 자산 가치를 성장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에 더욱 긍정적"이라며 "향후 신규 사업 성과 가시화 및 유가 안정화, 전력수요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신용등급 회복에 지속 힘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