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교체 활발… 목소리 높이는 2030성과 및 보상 체계 민감한 현실파 임직원 주류 형성사내·직장인 커뮤니티 등 소통공간 활용 늘어 공감대 확산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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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지난해분 성과급 지급 시기를 맞은 전자·IT업계가 각 사별로 성과급 지급 여부와 그 기준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성과급 문제에 불을 지핀 SK하이닉스가 회장과 부회장, 사장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서면서 다른 기업들로 성과급 논란이 옮겨 붙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과거와는 달리 임직원들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2030 밀레니얼 세대들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소통에 적극적인 이 세대들이 사내 정보망이나 외부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이루면서 대기업 문화에도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이석희 대표이사 사장(CEO)을 중심으로 한 사측과 이천·청주 전임직으로 구성된 노동조합 2곳이 중앙노사협의회를 열고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 개선과 우리사주 매입, 사내 복지포인트 지급 등을 논의하고 합의에 성공했다.

    우선 기존 PS 산정 기준인 'EVA(경제적 부가가치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나 자본비용 등을 뺀 금액)'를 폐기하고 연간 영업이익에 성과급 기준을 연동하는 방안이 적용될 방침이다. 영업이익은 공시되는 사항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성과급 규모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임직원들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우리사주를 발행해 임직원들이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도 논의됐다. 추가 절차를 통해 기본급의 200% 수준에서 우리사주 매입이 가능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SK하이닉스는 사내 복지포인트인 하이웰포인트 300만 포인트를 전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안을 결정했다. 성과급 산정 기준이라는 핵심 논의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임직원 보상 방안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으면서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성과급 논란이 봉합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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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전자·IT업계 전반에서 이 같은 성과급 지급 여부와 기준 타당성을 두고 불만을 쏟아내는 경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를 비롯해 LG그룹 주요 계열사들과 SK하이닉스 선례를 본 SK텔레콤 등 나머지 계열사들도 성과급과 관련한 문제제기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대비 이처럼 성과급 불만이 고조화되는데는 임직원들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른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들의 영향이 상당했다고 보고 있다. 당장 이번 성과급 논란의 선봉에 선 SK하이닉스 경우에도 수면 아래서 임직원들의 불만이 들끓다가 결정적으로 입사 4년차에 해당하는 직원이 CEO에게 기명 투서를 던지면서 본격화됐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실용주의' 추구 성향과 '공정성'에 민감한 가치관이 기반이 돼 이제는 대기업 임직원 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2030세대들이 사회·정치 현상에 대해서도 한쪽의 이념이 아니라 사안에 맞는 가치관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보다 철저한 사고를 한다는 점이 직장생활에도 적용되는 모습이다.

    더불어 비교적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소통에 능동적인 밀레니얼 세대들의 습성도 그들이 속한 업무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성과급 기준도 주로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나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견이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현재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흐름에 주요 대기업들의 총수나 경영진 세대교체까지 더해져 기존의 대기업 문화와 성과배분 제도 전반에도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도 고(故) 이건희 회장의 타계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고 LG그룹도 40대 젊은 총수인 구광모 회장이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여기에 2030세대가 서서히 핵심 인력층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변화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