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SK, 증거인멸 행위 심각한 수준… 영업비밀 명백히 침해"SK "배터리 개발, 제조방식 달라… 영업비밀 침해 증거 실시 없어"美 교통부 부장관 지명자, ITC 판정 정부의 녹색 교통 영향 분석 예정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사건 최종 의견서를 공개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없이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미국 수입금지 조치 기간을 10년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에 대해 'ITC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40여년간 이뤄진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이 인정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ITC는 5일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명시했다.

    앞서 지난달 ITC는 LG가 주장한 22개 영업비밀을 법적 구제 명령 대상으로 판단하고 미국 수입 금지 기간 역시 LG의 주장을 받아들여 10년으로 정했다. ITC는 "SK의 증거인멸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며 "증거 인멸은 고위층이 지시해 조직장들에 의해 전사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ITC는 또 "자료 수집 및 파기라는 기업문화가 SK에서 만연하고 잘 알려져 있었으며 묵인됐다는 예비결정상의 인정 사실을 확인하는 바"라며 "SK의 증거인멸, 증거 개시 과정에서의 더딘 대응, 부정직성으로 초래된 지나친 지연은 이 사건을 신속하게 완료해야 하는 ITC위원회의 법적 의무와 ITC행정판사가 정한 절차적 일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내고 1982년부터 준비해 온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과 그 실체를 제대로 심리조차 받지 못한 ITC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40여년간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고밀도 니켈 배터리를 개발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의 전기차 블루온, 최초 양산 전기차 레이에 탑재됐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 화재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안전한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LG와 SK는 배터리 개발, 제조방식이 달라 LG의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없고 40여년 독자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공급 계약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독자적인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에 대한 실체적인 검증이 없이 소송 절차적인 흠결을 근거로 결정돼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회사 측은 "ITC는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여전히 침해 되었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되었다는 것인지에 대하여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비밀 침해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ITC 의견서 어디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 검토 절차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이번 결정은 수입금지 명령 등이 공익에 미치는 영향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포드와 폭스바겐 제품에 대한 기간 산정의 근거가 불명확해 유예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또한 대체 가능한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ITC는 SK이노베이션 이외의 다른 배터리업체들이 특정 자동차 회사에만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내 업체들이 빠른 시일내에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게도 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다는 모순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내에서도 ITC 판결 이후 정치권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날 미국 교통부 부장관 지명자인 폴리 트로튼버그는 상원 상무·과학·교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쟁에 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이 바이든 정부의 녹색 교통 목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유럽과 중국에 비해 크게 뒤쳐진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을 재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거부권을 꺼내들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