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1.5조 규모... 작년 7천억대로 '반토막'매스 프리미엄 등 포트폴리오 재조정 실패 부인 어려워23분기 적자에도 명맥 이어오던 MC사업 정리 이유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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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면서도 스마트폰 사업 명맥을 지켜오던 가운데 지난해 전격 사업철수를 검토하게 된데는 국내 소비자들이 LG폰을 외면하게 된 이유가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G전자의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매스 프리미엄 등 새로운 스마트폰 전략 마저 실패 판정을 받게 된 영향을 무시하긴 힘들었던 것으로 풀이된다.9일 LG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MC사업부문은 지난해 국내에서 764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상반기 주춤했던 소비 여력이 하반기 되살아나기 시작하며 큰 폭의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았다.그에 비하면 LG폰은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전년도인 지난 2019년만 해도 MC부문 국내 매출액은 1조 5000억 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최대시장인 북미 대비 절반 규모이기는 했지만 굳건한 톱2 시장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하지만 올해는 북미 매출과 격차가 상당히 벌어지며 사실상 북미시장 빼고는 LG폰의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MC 매출은 3조 2200억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국내 매출과는 거의 4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냈다.다만 이마저도 지난 2019년 매출에 비하면 다소 꺾인 수치다. 2019년 LG폰의 북미 매출액은 3조 3000억 원을 넘겼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반이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성적은 선방한 편이지만 애플이나 삼성, 중국 주요 스마트폰업체들이 굳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한데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도 나온다.지난해 중저가폰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중가폰 전략을 펼친 영향으로 유일하게 중남미 시장에서는 매출 볼륨을 키울 수 있었다. 지난해 중남미에서 67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면서 북미와 국내에 이어 LG전자의 세번째로 큰 시장으로 중남미가 자리잡았다. 특히 국내 매출이 거의 반토막으로 줄면서 중남미 매출과 1000억 원 미만 차이가 난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LG전자가 MC사업의 주력시장으로 단연 '북미'를 꼽기는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냉철한 잣대가 되는 국내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을 매출과 같은 숫자로 확인받았다는 점은 뼈 아픈 대목이다.앞서 거의 6년 넘게 매분기 적자를 이어오면서도 종합 가전·IT 회사로서 스마트폰 사업의 중요성을 포기할 수 없어 사업을 이어오던 LG전자가 전격적으로 사업 매각과 철수를 포함한 극단의 구조조정을 고려하게 된 데도 이런 사실이 꽤나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특히 국내시장은 소비자들이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구매를 많이 하고 국내폰 선호도가 높아 사업에 유리한 점이 많은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LG폰이 절반 밖에 팔리지 않았다는 데에 내부적으로도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LG전자는 지난해 잇따른 MC사업 매각설에 시달리다 공식적으로도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사업 정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MC사업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사했다. 이후 국내외를 망라한 매각 상대방 측이 거론되며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이 강력하게 떠오른 상황이지만 LG전자 측은 여전히 공식적인 계획을 밝히지는 않는 상태다.사업부 통매각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LG전자가 MC사업의 향방을 빠른 시일 내에 공식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반적인 관측이다. 더구나 가전이나 전장 등 나머지 사업들과의 시너지를 위해 MC부문에서 필요한 기술과 특허, 인력 등을 따로 챙겨야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LG전자의 셈법은 예상보다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