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광고 출현부터 네이버 전략적 제휴에 직접 나서기도지난해 9월 이명희 회장 지분 증여받으며 최대주주로… 의사결정 주도신세계그룹 변화 본격화된 1분기… “그룹을 새롭게 정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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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세계그룹의 행보가 과감해졌다. 야구단을 인수하는가 하면 네이버와 지분교환 협약까지 맺으면서 이전에 없던 파격적인 시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까지 더하면 올해 이뤄진 신세계그룹의 의사결정은 과감한 수준을 넘어서 그야말로 판을 엎겠다는 의지까지 읽힌다.이 배경에는 지난해 이마트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보폭을 넓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있다.17일 유통업계 따르면 최근 정 부회장의 행보는 유통업계 오너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지난해 말에는 이마트 광고에 등장해서 요리를 하는가 하면 스타벅스 유튜브 채널에 깜짝 등장해 인터뷰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SK텔레콤으로부터 인수한 야구단 ‘SSG 랜더스’와 관련 SNS 클럽하우스에 직접 육성으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지난 1월 말 직접 네이버를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전략적 제휴에 대해 합의했다는 점이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지난 16일 ‘신세계·이마트 - 네이버 사업제휴합의서 체결식’을 갖고 커머스, 물류, 멤버십, 상생 등의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도 진행된다.지금까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타 기업의 ‘백기사’ 역할은 드물지 않게 있었지만 대기업집단의 핵심 기업의 지분을 교환하며 전략적 제휴를 맺는 과정은 유통업계에서 흔치 않다. 네이버는 e커머스 분야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SSG닷컴의 경쟁사이기도 하다.실제 같은날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약 5조원으로 추정되는 오픈마켓 사업자다.야구단의 인수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는 모두 올해 1분기 안에 이뤄진 일이다. 신세계그룹의 전략이 크게 달라졌다는 해석이 따라 붙는 이유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야구단 인수부터 네이버와의 제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모두 하나같이 오너의 승인과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말도 꺼내기 힘든 사안”이라며 “정 부회장이 정말 과감하게 본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이런 평가가 나오는 배경에는 지난해 9월 이뤄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지분 증여가 있다. 이 회장이 정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남매에게 각각 이마트,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한 것. 이로 인해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는 기존 이 회장에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으로 교체됐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신세계의 3세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것으로 평가했다.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유통업계에서 신세계그룹의 체질이 돋보이게 달라진 것도 이시기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다른 유통그룹에 비해 비교적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던 곳”이라며 “정 부회장은 3세 시대를 맞이하면서 SNS를 즐기고 경쟁사에 스스럼없이 다녀가는 이전에 없던 오너상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그가 추진하는 변화가 아직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알 수 없지만 기존 유통그룹에는 선례가 없는 처음으로 걷는 길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정 부회장의 올 초 신년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그는 연초 신년사에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며 “신세계그룹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한 해로 만들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