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특허소송건수 5년만에 첫 증가소송 많이 당한 10대 기업에 삼성 포함...MS·화웨이 등 대규모 IT기업이 주 타깃특허관리전문회사의 무차별 공격에 그대로 노출...IP 전문인력 확보 잰걸음
  •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많이 당한 10대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 등이 활발하게 소송을 진행하면서 삼성과 같이 규모가 크고 특허 사용이 많은 글로벌 IT 기업이 집중 포화를 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글로벌 특허·법률 분석업체 렉스 머시나(Lex Machin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가장 많이 당한 10대 기업에 포함됐다. 여기에는 삼성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델, 화웨이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액상형 전자담배업체 쥴(Juul Labs)은 지난해 특허소송을 많이 제기하고 반대로 소송을 많이 당한 곳으로도 모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특허소송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업들은 대부분 특허 사용이 빈번한 대규모 글로벌 IT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나타냈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MS와 델, 화웨이도 지난해 유독 더 많은 특허 시비에 휘말리긴 했지만 기존에도 특허소송으로 가장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로 익히 알려져있다.

    지난해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특허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기 위한 기업들의 소송이 더 빈번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렉스 머시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지방법원에 접수된 특허소송은 총 4060건으로, 전년 대비 470건 가까이 늘었다. 최근 10년 사이 미국 내에서 특허소송이 가장 활발했던 것은 지난 2015년(5828건)으로, 지난해 특허소송건은 5년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다.

    이처럼 활발한 특허소송은 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시기에 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화하려는 전략으로 주로 쓰였다. 지난해에도 자신들이 보유한 특허로 다수의 소송을 진행해 특허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것을 전제로 합의에 나서는 등의 협상을 시도하는 기업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방면에서 특허를 수집해 포트폴리오를 구성, 이 특허 소유권으로만 사업을 운영하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활발히 소송을 진행한 것도 지난해 특허소송이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회사를 설립해 노키아가 보유한 특허 수천개를 취득한 WSOU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구글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등 총 182건의 특허침해소송에 나선 1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도 NPE의 특허소송 공격을 받는 대표적인 타깃이다. 지난해엔 아일랜드 기반의 NPE인 '솔라스(Solas)OLED'로부터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다수의 OLED 특허침해소송을 당한 바 있다. 이 NPE는 삼성 뿐만 아니라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도 방대한 특허소송을 벌였고 OLED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소니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도 소(訴)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빈축을 샀다.

    이런 NPE들과 종국에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특허 사용비를 지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사업과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에 패하게 되면 물어야하는 손해배상금도 수백억 원 수준이라 피해가 막심하다.

    최근 삼성은 이 같은 특허 시비의 주된 타깃이 되면서 내부적으로 특허와 지적재산권(IP) 전문 인재를 영입해 문제에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특허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되면서 특허를 무기로 한 소송전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 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