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4대 은행 직원 2600명 감소… 인당 평균 급여는 800만원 증가은행장 대신 희망퇴직자가 '연봉킹'… 퇴직금 10억원대 '금퇴자'도사모 시장 축소로 펀드 판매도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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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비대면 금융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직원 수가 최근 3년새 2600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은행권의 평균 급여 수준은 빠르게 상승해 은행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일부 은행에서는 희망퇴직자가 은행장을 제치고 '연봉킹'을 차지하는가 하면 퇴직금으로만 10억원 이상을 받은 '금퇴자'들이 처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21일 각 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7896명으로, 2017년 말 6만457명보다 2561명(4.2%) 줄었다.

    기간제를 제외한 정규직, 무기계약직 등을 따로 떼어보면 감소세가 더 켰다. 기간제가 아닌 직원은 같은 기간 5만7540명에서 5만4743명으로 2797명(4.9%) 줄었다.

    반면 기간제 근로자는 같은 기간 2917명에서 3999명으로 1082명 늘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직원 감소 폭이 1293명으로 가장 컸고 △국민은행 625명 △우리은행 475명 △신한은행 168명 순이었다.

    직원 수는 줄었지만, 매년 평균 급여 수준은 꾸준히 올랐다.

    4개 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7년 9025만원에서 지난해 9800만원으로 3년새 775만원(8.6%) 늘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이 1300만원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우리은행은 800만원, 신한·하나은행은 500만원씩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 가운데 직원 평균 급여액이 가장 많은 곳은 국민은행(1억400만원)이었고 이어 ▲하나은행 9700만원 ▲신한은행 9600만원 ▲우리은행 9500만원 순이었다.

    인력 감축과 맞물려 영업점 통폐합, 축소 작업이 함께 진행되면서 점포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4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18년 말 3563개에서 지난해 말 3303개로 2년새 260개 줄었다. 하나은행이 102개를 줄여 영업점 감소 폭이 가장 컸고, 국민은행은 85개, 우리은행 56개, 신한은행 17개를 각각 줄였다.

    하나은행 측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중복점포 통폐합 작업으로 점포 수 감소가 많은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연봉킹'에는 은행장이 아닌 퇴직자가 이름을 올렸다. 또 하나은행에서는 10억원대 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떠난 '금퇴자'가 4명이나 나왔다.

    각 은행 사업보고서를 보면 하나은행의 지난해 '연봉 톱5'는 모두 관리자급 퇴직자들이 차지했다. 이들 5명은 각각 12억원대의 연봉을 받아 10억2200만원을 받은 지성규 하나은행장보다 2억원이 넘는 보수를 더 받았다. 특히 이들 5명 중 4명은 퇴직금으로만 10억원 이상을 받았다.

    우리은행 역시 '연봉킹'을 비롯한 '연봉 톱5' 자리를 모두 부장대우급 명예퇴직자가 채웠다. 이들은 지난해 연봉으로 7억6000만~8억7000만원을 받아 5억5300만원을 받은 권광석 우리은행장보다 2억~3억원씩 더 받았다. 5명 중 2명은 8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고, 3명은 7억원대였다.

    신한은행은 11억3000만원을 받아 연봉킹에 오른 진옥동 행장을 제외하고 '톱5'에 든 4명이 모두 퇴직자였다. 이들이 받은 퇴직금은 7억원대 중반~8억원대 초반이었다.

    국민은행도 마찬가지로 '연봉 톱5' 중 18억6000만원을 받아 연봉킹에 오른 허인 은행장을 제외한 4명이 모두 희망퇴직 직원이었다. 이들 4명 중 3명은 퇴직금이 7억원대였다.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는 가운데 인력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이용한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해 주요 은행들은 예년보다 희망퇴직 보상을 더 늘려 최대 3년치 임금에 학자금, 전직 지원금 등을 더한 '후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더 많은 인원이 자발적으로 희망퇴직을 하도록 유도했다.

    지난해 잇단 사모펀드 사태 영향으로 펀드 판매가 위축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순수수료(수수료수익-수수료비용) 수익이 일제히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 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순수수료 수익은 3조4327억원으로, 전년 3조9177억원보다 4849억원(12.4%) 줄어들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1867억원 △신한은행 -1324억원 △하나은행 -1004억원 △국민은행 -654억원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이 같은 수수료수익 감소에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등이 잇따라 발생하며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가 줄어든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DLF,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펀드 판매가 위축돼 수수료수익이 줄어들며 지난해 은행들의 비이자수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수익 감소는 사모펀드 시장 위축과 펀드 등 상품 판매 감소 외에도 핀테크 경쟁업체 증가에 따른 송금수수료·전자금융수수료 감소, 코로나19로 교역·외환거래가 감소한 데 따른 외화수수료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