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 노리고 상장주 투자 열기 합류했던 개인투자자들 손실 불가피SK바사·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 상장 이후 주가 급락세서학개미 순매수 상위에 스팩 종목 포진…주가 거품 꺼지며 30%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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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간의 상장주 투자 열풍이 역풍을 맞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일반 공모주들의 상장 후 주가 급등을 기대하고 매수에 나섰던 동학개미나, 고수익을 기대하고 미국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공모주에 집중 투자한 서학개미나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공개(IPO) 첫 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이던 지난 18일을 제외하고 최근 5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종가 기준 16만9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 25일 13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24% 넘게 빠졌다. 

    첫날 따상(시초가를 공모가 2배에 형성 후 상한가) 성공에 이어 주가 급등을 기대하고 매수에 나선 동학개미들은 상장 다음날 92만7881주 순매수했다. 다음날 주가는 두자릿 수 하락률을 기록해 소위 '물리게' 됐다. 

    일반 공모주 시장 열풍이 불면서 상장 초반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와 괴리돼 급상승하다 조정되는 패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상장 초반 사흘 연속 상한가(따상상상) 행진을 벌이며 21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SK바이오팜의 주가는 지난 25일 기준 10만45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5만2100원)와 빅히트(23만5500원)의 주가도 상장 첫날 종가인 6만2400원, 25만8000원을 각각 하회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주춤하자 일부 상장주들의 주가 급등을 기대하고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동학개미들의 손실은 불가피한 모습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올해 대어급 신규 상장 기업들이 등장함에 따라 IPO 시장 흥행은 이어지겠지만 강한 유동성이 뒷받침될 때 항상 고평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해왔다"면서 "공모주 투자에 조금 더 신중해질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서학개미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집중 투자한 주요 스팩 종목의 주가는 최근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을 2~3년 안에 인수합병할 목적으로 설립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공모 펀드처럼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조달받아 증시에 상장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지난해부터 미국 증시에서는 스팩 상장이 IPO 주요 통로로 활용되면서 주요 스팩 종목들은 서학개미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와 배터리 제조 업체 퀀텀스케이프,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오픈도어, 전기버스 업체 프로테라, 핀테크업체 소파이, 테슬라 대항마로 꼽히는 루시드모터스 등이 대표적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4일(현지시각)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주식 상위 50종목 중 8위는 루시드모터스와 스팩 합병한 처칠 캐피탈(티커 CCIV)다. 순매수액은 2억4663만달러(약 2798억원)다. 이 주식의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36% 하락했다.

    순매수 종목 10위으로 서학개미들이 2억1218만달러(약 2407억원)어치 사들인 프로테라(ACTC)도 34% 가까이 하락했다. 순매수 상위 50위권 내 포진한 소파이(IPOE) 오픈도어(OPEN), 퀀텀스케이프(QS) 주가도 마찬가지다. 소파이는 17%, 오픈도어와 퀀텀스케이프는 각각 34%, 21% 미끄러졌다.

    일반적으로 기관 투자자에 비해 개인 투자자가 IPO에 지원해 상장 기업의 주식을 배당받기란 쉽지 않다. 특히 현지 계좌가 없는 국내 투자자는 미국 내 일반 공모주 청약이 불가능하다. 대신 스팩에 투자하면 개인들도 상장 기업의 지분을 받는 방식을 통해 IPO에 따른 주가 급등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서학 개미들이 스팩에 대거 몰린 이유도 이때문이다.

    다만 미국 스팩주식 역시 국내 스팩과 마찬가지로 합병이 공식화되기 전에는 제한된 정보 내에서 투자를 해야 하고, 합병 발표 후에는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인다.

    스팩으로 우회상장하는 기업들은 아직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스팩 주식은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면서 주가 폭락의 빌미가 되고 있다. 미 증시 스팩 주식의 공매도 잔액은 올해 초 7억2400만달러에서 현재 26억7000만달러(약 3조371억원)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회장은 "스팩을 보면서 자본시장 혁신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는 건 적절한 일이다. 스팩 같은 자본시장 혁신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엄청난 양의 자금이 쌓였다. 추후 다시 조정될 필요가 있다"면서 "낮은 금리와 저렴한 자본은 필연적으로 투기를 부채질한다. 어느 시점에 가서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이런 과잉을 해소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