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근 재판장, 이례적 속행 주문… 檢과 기싸움검찰, SK가습기 무죄판결 앙금 최 회장측,법원·검찰 아우르는 초호화 변호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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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법원의 공판준비기일 분위기는 정식재판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통상적인 제출 증거나 증인에 대한 양 측의 동의절차만 이뤄지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사과정을 통해 기소라는 절차를 한번 거친 형사사건은 더 그렇다.하지만 20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지난 30일 재판정은 달랐다. 재판장이 검찰의 증거제출과 혐의사실 법리 입증계획이 미비하다고 빠른 진행을 재촉해 눈길을 끌었다. 소설가 정을병은 육조지에서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고 했다. 판사가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다.공판준비기일부터 재판부와 검찰이 불꽃튀는 신경전을 벌이면서 최 회장의 재판은 더욱 주목도가 높아졌다. 엘리트 특수통 코스를 빠르게 밟아온 검찰 측 전준철 부장검사와 유 판사의 한판 대결로 보는 시각도 생겼다. 자칫 법원과 검찰의 힘겨루기로 비쳐져 사건의 본질이 뒤로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최 회장의 재판이 예민해진 이유는 최근 SK네트웍스 측이 선임한 호화 변호인단이 원인으로 보인다. 지난 몇년간 차근차근 조여온 검찰의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최 회장이 구속됐다고 여긴 탓인지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을 영입했다. 문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초대 단장을 지내며 기업 주가조작에 대한 탁월한 법리해석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문 변호사는 또 대구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로 있으면서 전 부장검사와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이들의 인연은 그가 대검 기획조정 부장검사로 있을 때 전 부장검사가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오면서 더욱 각별해진 것으로 전해진다.마찬가지로 최 회장 변호인단에 합류한 호제훈 전 대전고법 부장판사도 이번 사건의 재판장인 유 부장판사와 인연이 있다. 동갑(52)인 두 사람은 기수는 다르지만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한 사이다. 최 회장 측이 검찰과 법원 양쪽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소위 전관예우급 선임을 한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유 부장판사와 전 부장검사의 관계도 흥미롭다. 유 부장판사는 올해 초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기소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에 무죄를 선고한 인사다. 그는 당시 재판에서 피해자 분노에도 인과관계를 증명할 증거 불충분을 판결이유를 제시해 이슈의 중심이 됐다. 검찰 쪽에선 유 부장판사의 판결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냈는데, 전 부장검사 역시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검사 시절 가습기 살균제 사건 특별수사팀에서 활약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회삿돈으로 지분을 늘리고 가족을 배불리는 대주주의 횡령배임 행위는 끊어내야 할 우리 기업들의 오랜 악습이다. 이를 약점으로 잡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검찰의 행태도 마찬가지며 정치적 판결을 내리는 법원도 시대적 사명에서 빠질 수 없다. 검찰개혁을 정권 최대의 목표로 내세운 현 정권에서 얽히고 설킨 그들만의 재판이 또다시 펼쳐지지는 않을까 국민들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