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와 거리 먼 현실기본적 정보 없이 '무사고' 안내인증 중고차와 달라… 옵션 작동 유무도 확인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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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온라인 유통 플랫폼인 엔카닷컴의 '깜깜이 매물'에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실제 엔카닷컴에 등록된 중고차 상당수는 성능기록부부터 보험이력 모두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건강검진 기록부, 과거 진료 이력 등을 밝히지 않은 채 ‘무사고’임을 안내하는 것이다.2일 뉴데일리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엔카닷컴은 현재 ‘엔카진단’을 거친 국산 중고차 2만1363대(매매업자 기준)를 판매하고 있다. 이 중 1715대는 성능기록부가, 417대는 보험이력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엔카진단은 회사의 진단평가사가 중고차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보증하는 것이다. 일반 매매업자의 중고차를 믿고 구매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사고를 당한 사실이 없음을 판단하고 프레임(골격) 및 외판 이상 여부, 트림(세부 모델), 옵션(선택 사양) 등을 증명해준다.소비자는 관련 지식에 해박하지 않더라도 속고 사거나 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동시에 중고차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고 ‘믿고 살 수 있다’는 신뢰를 준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엔카진단 중 상당수는 성능기록부부터 보험이력 모두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성능기록부에는 연식과 최초등록일, 주행거리 등 기본적 정보와 사고이력, 단순수리, 외판의 교환·판금·용접·손상·부식 등이 담겨 있다. 자동차관리법(제58조 1항)에는 매매업자가 중고차를 팔거나 알선할 때 계약을 체결하기 전 성능기록부를 반드시 서면으로 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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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생각하는 무사고, 인증(진단) 중고차의 개념과 엔카진단은 차이가 있다”며 “품질 기준에 맞춰 재판매하는 것으로 혼동하기 쉽다”고 했다.이어 “엔카진단은 선택 사양이 순정 부품인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서 “업계에선 ‘사진만 보고 믿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엔카진단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고차 유통 플랫폼인 만큼 ‘진단 자격’을 부여하는 매물에 대한 관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엔카닷컴은 올라와 있는 성능기록부뿐 아니라 관련 설명까지 모든 책임을 매매업자에 지우고 있다. 회사는 중고차 성능이 아닌 차체 강성에 필요한 부위를 들여다보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매매업자가 성능기록부와 보험이력을 등록하지 않은 것은 손쓸 방도가 없다”며 “엔카진단은 성능이 아니라 사고 유무와 등급, 옵션 정도만 확인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