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서 온 듯한 외관과 넓은 실내… '새로운 경험'부드러운 주행, 뜻밖의 운전 재미9분 만에 배터리 용량 52%에서 70%로사이드 미러 역할하는 화면 위치는 아쉬워
  • ▲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평소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올 법한 외관, 체급을 뛰어넘는 실내 공간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배터리는 20% 가까이 차있었다.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다.

    아이오닉 5가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전기차 사업의 선봉에 서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기존 내연기관 뼈대를 부분 개조해 전기차를 생산했다. 그러나 아이오닉 5는 전용 플랫폼(E-GMP)을 활용한다.

    지난 21일 열린 시승행사에서 아이오닉 5를 타고 경기 하남시에서 근교로 78.7㎞ 구간을 오갔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429㎞인 롱레인지 프레스티지 트림(세부 모델)을 몰았다.

    아이오닉 5는 독특한 멋을 풍겼다. 차체에 그은 선이 거의 파여 있지 않고, 면과 면이 만나 나뉘는 것을 최소화했다. 덩어리에서 아이오닉 5가 되기까지 깎아 내려간 듯 견고한 모습이다. 질감을 그대로 살린 외관은 마치 미래에서 온 우주선 같았다.

    몸집은 생각보다 컸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과 비슷한데 부풀어 있어 훨씬 거대했다. 실제 아이오닉 5는 전장(길이)이 4635㎜로 투싼(4630㎜) 대비 5㎜ 길다. 20인치 휠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1974년 처음 공개된 포니를 재해석하고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형상화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헤드 램프부터 사이드 미러 곳곳에 네모난 모양을 넣었다.
  • ▲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 아이오닉 5 ⓒ현대자동차
    운전석에 앉아보면 독특한 요소가 더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나란히 있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화면이다. 시원시원하고 속도, 남은 주행 가능 거리 등을 보기 쉽게 직관적으로 전달해줬다.

    운전대엔 현대 로고가 아닌 네모 모양의 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대차로서는 첫 시도다. 와이퍼를 작동할 때와 같은 방식의 변속기는 편하고 사용하기 좋았다.

    특히 앞좌석은 넓고 바닥이 평평했다. 운전석으로 타서 조수석으로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을 정도다. 엔진, 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이 빠지면서 걸리는 장애물이 없었다.

    마치 하나의 또다른 공간에 와있는 느낌인데, 뒤로 140㎜까지 움직이는 콘솔 ‘유니버설 아일랜드’, 다리 받침대까지 있는 다기능 좌석은 활용성이 컸다.

    뒷좌석은 키 180㎝ 이상의 성인 남성이 편하게 앉아도 공간이 남는다. 3000㎜에 이르는 축간거리 덕분이다.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와 비교해 100㎜ 길다. 머리 위도 여유가 있다. 지붕 전체는 유리로 만들어 탁 트인 구조였다.

    시동을 걸고 도로를 달리자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 그대로 전달됐다. 이전과 전혀 다른 차를 타는 기분이었다. 초반 가속도 인상적이다. 시속 110㎞까지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순간 몸이 뒤로 젖혀지기도 했다. 출발 시부터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는 모터 덕분이다.

    회생 제동은 효율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운전대에 붙어 있는 패들 시프트로 회생 제동 강도를 3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왼쪽 버튼을 네 번 누르면 가속 페달로 달리고 완전히 정차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쉬운 점은 사이드 미러 역할을 하는 화면의 위치다. 아이오닉 5에는 사이드 미러가 없다. 그 대신 카메라를 통해 실내에서 화면으로 후측방을 볼 수 있다. 다만 도어 트림에 있다 보니 자꾸 시선이 분산됐다. 

    좌석 위치에 따라 보기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우디 e-트론처럼 위쪽이나 앞 기둥(A필러)에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오닉 5는 구불구불한 구간에서 뜻밖의 몸놀림을 보여줬다.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평평하게 까는 방식을 택해 무게 중심이 좋고 운전하는 재미가 있었다.
  • ▲ 아이오닉 5 ⓒ박상재 기자
    ▲ 아이오닉 5 ⓒ박상재 기자
    이날 시승행사에선 아이오닉 5의 급속 충전도 체험했다. 350㎾급 충전 기기를 이용하니 9분 만에 배터리 용량을 52%에서 70%로 채울 수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손 한번 씻고 난 사이 일어난 일이다.

    현장 관계자는 “주행 가능 거리가 넉넉해 70%로 충전 한도를 설정했다”며 “18분 만에 아이오닉 5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 5에는 배터리로 외부에 220v 전력을 공급하는 ‘V2L’ 기능,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최신 반자율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차로 이탈 방지, 차로 유지 보조,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와 같은 첨단 사양을 지원한다.

    배터리는 72.6㎾h와 58.0㎾h로 나뉜다. 판매 가격은 5891만원이다. 아이오닉 5의 지난 1분기(1~3월) 말 누적 계약대수는 4만1779대에 달했다.
  • ▲ 충전 중인 아이오닉 5 ⓒ박상재 기자
    ▲ 충전 중인 아이오닉 5 ⓒ박상재 기자
  • ▲ 9분 만에 아이오닉 5의 배터리가 52%에서 70%로 증가한 모습 ⓒ박상재 기자
    ▲ 9분 만에 아이오닉 5의 배터리가 52%에서 70%로 증가한 모습 ⓒ박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