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부회장 "'설비증설·M&A' 검토"비메모리 공격적 투자 기대감 높여
  • SK하이닉스가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파운드리 투자에 대해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13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현재 대비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들의 개발·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모바일, 가전, 차량 등 반도체 제품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을 지원해 비메모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박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보여지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 각자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를 진두지휘한 경영자다. 이에 업계에서는 조만간 M&A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 등 SK하이닉스의 굵직한 투자에 관여했다.

    박 부회장이 'M&A 승부사 DNA'를 보여주면서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분야에도 공격적으로 뛰어들 것인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또 박 부회장이 이미 파운드리 분야 M&A에 대한 단초를 보여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박 부회장은 "파운드리에 더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 팹리스들에게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이들 기업은 여러 기술개발을 해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에서는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이 "8인치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박 부회장의 계획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한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현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가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 중이고, 청주 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이 남아 있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