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 PEA, 매각 지연에 전략 변경실적 양호하지만 C2C·이형화물 구조 한계터미널·부지 등 자산 없어 매물 가치 낮아
  • ‘매각 삼수생’ 로젠택배가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한다. 코로나19발(發) 택배업 활황과 공모 시장 훈풍에 따른 작전 변경이다. 로젠택배는 지난 2018년 IPO에 실패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PEA)는 로젠택배 IPO를 추진 중이다. 홍콩계 사모펀드인 베어링PEA는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알려졌다.

    베어링PEA는 지난 2013년 로젠택배를 인수했다. 2015년부터는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매각과 상장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매각 우선협상자 선정 후 무산된 딜만 벌써 두 번이다.

    이번 상장은 매각 지연에 따른 전략 변경으로 풀이된다. 상장 후 시장 평가를 높여 재매각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베어링 측은 매각가로 4000억원 가량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평가와는 격차가 크다. 시장은 매각 지연이 베어링과 인수 측 희망 가격 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로젠택배는 시장 5위권 업체다. 최근기준 점유율은 5~7%로 추산된다. 주요 취급 품목은 개인(C2C)택배다. 농산물 등 대형업체가 꺼리는 이형화물이 대부분이다. 상위업체가 집중하는 온라인 쇼핑몰 등 B2B 분야에서는 입지가 다소 약하다.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19 여파로 매출과 영업익이 올랐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전반적으로 늘어서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은 5128억원, 29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8%, 24.0% 증가했다. 

    업계는 택배업 활황이 로젠에는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현재 업계는 B2B 중심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로젠의 사업 영역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설비투자가 활발하지 않아 물량 소화 능력이 제자리인 점도 걸림돌이다.

    로젠은 물류회사 주요 자산인 터미널·부지를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설을 임차형식으로 쓰고 있다. M&A 시장에서는  ‘애셋 라이트(Asset-light)’ 매물로 불리며, 자산이 적어 물류사로서는 매력이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로젠은) 물류업에 관심 있는 회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인수를 검토해봤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이번에 추진하는 IPO도 사업 구조와 시장 내 포지션이 독특해 투자자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평가했다.